열심히, 친절하면, 놀라운 일들이 벌어진다.
나는 일이 잘 안 풀린다. 주변에는 믿을만한 사람이 없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고, 나를 도와주려고 하지도 않는다. 나를 조금만 도와주면 잘 될 것 같은데 사람들이 참 야속하다.
세상에는 문제 아닌 것이 없다. 내 문제도 있고 사회 문제 환경 문제도 많다. 이것도 문제고 저것도 문제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밥 먹고 잠자고 숨 쉬면서 살고 있는 것부터가 다른 누군가의 도움 위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일단 감사부터 하고서 그 다음 일을 생각하자.
Work hard, be kind, and amazing things will happen.
미국의 코미디언 코난 오브라이언이 일하던 방송국에서 배신당하고 쫒겨나면서 마지막 생방송에서 남긴 말이다. 어느 누구도 비난하지 말고, 다만 열심히 일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면 놀라운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 믿는다고 한다. 결국에는 그가 옳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장을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열심히 일한다.
열심이라는 단어는 흔하게 쓰이지만 깊게 따져볼 기회는 별로 없다. 시간을 많이 들이는게 열심히 하는 것일까? 좋은 결과물을 내놓는게 열심히 일하는 것일까? 하나의 일만 붙들고 있는게 열심히 하는 것일까? 여러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게 열심히 하는 것일까?
배우는 무대 위에서 연기한다. 관객은 무대 아래에서 관람한다. 관객은 편안한 자리에 앉아서 남의 연기를 평가한다. 배우는 불편한 자리에 서서 자신의 연기를 내놓는다. 배우의 못난 점은 그대로 드러나지만 관객의 못난 점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그 대가로 배우는 성장하고 관객은 성장하지 않는다. 무대 위의 배우는 자기 것을 꺼내어 주는 입장이고, 관객은 남의 것을 받는 입장이다. 열심히 하는 쪽은 관객이 아니라 배우 쪽이다. 그러니 내가 스스로 열심히 하는가 아닌가를 자문할 때는, 맡은 일에 대하여 내 역할이 배우에 가까운지 관객에 가까운지를 따져보자.
열심히 한다는 말은 내가 그것인지 그것이 나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맡은 역할에 온 마음을 다 한다는 뜻이다. 바둑의 예를 들자면 내가 돌의 입장에 서는 것이다. 연극을 예로 들자면 내가 그 역할의 입장에 서는 것이다. 수학을 예로 들자면 내가 그 공식에 입장에 서는 것이다. 자신의 원래 입장을 벗어나 다른 입장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이 공부라 했다. 그 입장에 선 존재가 자연히 겪을 고난을 내가 자발적으로 짊어지는 행위다. 연극 배우는 바로 그 입장에 서서 고난을 온 몸으로 겪어낸다. 힘들고 버겁지만 자발적으로 짊어진다. 때문에 열심 (熱心, 뜨거운 마음)이 든다. 악기를 하든 수학을 하든 영어를 하든, 열심히 한다는 말은 내가 바로 그 입장이 되어 그 입장의 언어를 구사한다는 말이다. 무대에 많이 서서 자기 연기를 하면서 관객의 비난을 몸으로 겪어낼수록 유능한 배우가 된다.
열심이 아닌 사람은 관객이다. 입장의 밖에서 평가한다. 몸을 담그지 못하고 겉돈다. 뭔가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힘든 것도 고난을 짊어지는 일도 없다. 뜨거울 일도 없다. 세월이 흘러도 유능해지지 않는다.
사람에게 친절하다.
한마디 칭찬부터 사소한 관심과 배려는 다른 사람과 나의 사이에 놓인 심리적인 벽을 허문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서로 사랑하고 한 몸이 되는 되는 부부사이까지는 아닐지라도, 다른 사람과 내가 소통하는데 심리적인 벽이 적다면 인생에 큰 유익이 된다.
인간의 사회는 신뢰를 매개로 움직인다. 돈을 사용하는 이유는 내가 돈을 냈을 때 그에 합당한 값어치를 받을 것이라는 신뢰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일을 하는데 원래 일 외에 작성하는 보고서 제안서 확인서 등의 서류가 많다는 것은 일한 사람을 신뢰하기 어렵고, 그래서 증빙서류를 통해 신뢰를 마저 확보한다는 의미다. 반면 신뢰할 수 있는 사람끼리 일하면 필요한 일 외의 증빙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 말 한마디 외에 추가 증빙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같은 결과를 내면서도 일하는 양이 적고, 효율이 높아진다. 다른 사람에게 기본적으로 친절하다면, 그래서 신뢰함직 하다면, 일하는데 들어가는 소통 비용이 현격하게 감소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면 전혀 다른 유익이 있다. 세 번째 문장이다.
놀라운 일들이 일어난다.
한 사람의 인생에 유익한 모든 기회는 그것이 돈이든 취업자리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온다. 자갈이나 곤충으로부터 인생의 기회를 얻는 사람은 없다. 내가 평소에 열심히 일하고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다면, 다른 사람이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벌어지는 여러 사건 중 나에게 유익한 일이 하필 나에게 전달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왜냐하면 내가 미처 모르는 그 기회를 가진 사람과 나와의 심리적인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하면서 친절한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내가 알 수 없다. 그런데 내가 열심히 일하면서 친절하다면, 내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벌어진 엉뚱한 유익이 나에게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열심하고 친절한 세월이 길수록 그 가능성은 중첩되어 높아진다. 좋은 사람을 소개받거나 취업 자리를 알선받거나 사업 기회를 얻게 될 수도 있다. 남을 통해서 나의 필요를 채우려 하기 전에, 내가 남에게 어떤 유익을 줄 수 있을까를 열심히 생각하자. 그리고 남에게 친절하자.
열심히 일하고,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면, 놀라운 일들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