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뒤편에 언덕이라 부르기엔 조금 크고 산이라 부르기엔 너무 작은 근린공원이 하나 있다. 지금 집으로 이사 온 지도 칠 년인가 팔 년인가 되었는데 이렇게 좋은 산책로가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 그러다 2주 전에 처음으로 한 번 가보고는 흙길 밟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몸이 좋을 때면 종종 가보기로 마음먹은 길이다. 지난 주말에도 신랑 손을 잡고 다녀왔다.
새들이 많이 사는지 걷는 내내 갖가지 새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겨울이라 나무와 덤불이 앙상하게 가지만 남아있어서 잘 들여다보면 눈으로 작은 새들을 볼 수 있다. 딱새와 박새, 동그랗게 귀여운 오목눈이도 볼 수 있고, 바스락 소리가 조금 묵직한 곳은 물까치가 있다. 총총 뛰어다니는 새들을 보노라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것만 같다.
새소리를 들으며 걷는데 어디선가 '탕탕탕탕'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나무에 못질이라도 하나 싶어 둘러보는데, 산책로 바로 옆 나무기둥에 새 한 마리가 붙어 앉아있었다. 새가 부리로 빠르게 나무를 쪼니 '탕타다탕'하고 소리가 울렸다.
- 딱따구리다!
작은 탄성에 신랑도 '어디? 어디?' 하며 내 손끝을 따라 눈으로 더듬어 딱따구리를 찾았다. 그리고 '와!'하고 감탄할 틈도 주지 않고 인기척을 느낀 놈은 날아가버렸다.
집으로 돌아와 찾아보니 내가 본 녀석은 청딱따구리 암컷이었다. 딱따구리는 만화에서처럼 까만 놈만 있는 줄 알았더니 청딱따구리도 있고 쇠딱따구리도 있고 오색딱따구리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많은 딱따구리가 있다는데 왜 내 눈앞에는 이제야 나타난 건지.
어릴 적 등산이 취미이던 아버지를 따라 네 살 때부터 산에 다니면서 그렇게 찾아봐도 보이지 않던 딱따구리를 동네 산책길에 길가에서 마주쳤다는 사실이 우습기도 하다. 새로운 길에 도전할 수 있어야 새로운 만남도 새로운 감동도 가질 수 있다는 걸까.
40년 인생 최초의 야생 딱따구리 발견을 기념하고 싶어서 그림을 그렸다. 날개 끝의 얼룩무늬가 인상적인 청딱따구리가 다음 산책길에도 나타나 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