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기 Jul 12. 2021

문제를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불안

[멘탈잡기_5]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는 없다

오랜 기간 동안 밤에 잠드는 것이 어려웠다. 눈을 감고 누우면 느닷없이 찾아드는 생각들이 많았다.

아까 말을 잘못한 것 같은데 오해하면 어떡하지?

그때 잘못 결정한 것 같은데 프로젝트가 망하면 어떡하지?

내가 다 망쳐 버리는 건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 왜 더 못했지?

난 왜 매번 이런 식이지?

예전에도 잘못한 적 있었지. 아, 그때 이렇게 저렇게 해볼걸.

그땐 왜 생각 못했지?

그것도 내가 망친 것 같아. 어떡하지?


이런 식으로 끝없이 생각하며 심장이 몇 번 쿵 내려앉다 보면 쉽게 잠들긴 틀린 날이다.


잘 때아니라 평소에도 종종 이런 불안엄습해오곤 했다. 일이 주어지면 실패하면 어떻게 할지, 조심해야 할 모든 것들을 체크했는지, 성공하더라도 다른 나쁜 영향이 없게 어떤 식으로 성공시켜야 할지, 그 모든 과정에 최선을 다 하고 있는지, 이게 최선이 맞는지, 확인에 확인을 더해도 불안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일이 끝나고도 여전히 잘 끝난 게 맞는지, 여파는 없는지 또 확인에 확인을 원했다. 문제가 생긴다면 문제 발생 지점을 미리 대응하지 않은 내 잘못이라고 여겼다. 제일 무서웠던 건 내가 조직이나 사회의 어떤 부분을 망치는 상황이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고 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렇게 하는 것이 프로의 자세이자 스스로 책임지는 성인의 자세라고 믿었다.


조금 거리를 두고 생각해보면 나는 꽤나 오만했다. 두가지 지점에서이다.


- 나라는 개인은 완벽하지 않고 완벽할 수도 없다.

- 나라는 개인 하나의 실수로 무너질 조직이나 사회는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


빈틈 많은 개인의 몫은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것은 언제나 아름답지만 역시 만능은 아니다. 최선에는 시간과 공간과 능력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 순간에,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다했다면 그것은 최선이다. 다른 순간에 다른 곳에서 조금 더 성장해서 다른 방법이 생각나더라도 그것은 최선이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하더라도 안될 일은 안된다.


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였을까. 모든 시간과 정신력을 쏟아부어 불태우고 재만 남아야 할 만큼 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고도 모자라다고 느끼지는 않을지, 욕심은 끝이 없다.


존재하는 모든 변수를 생각해내고 대처하려고 했던 나는 불안하다면서도 실은 세상을 만만하게 보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세상은 만만하지 않아서 생각지도 못했던 돌발적인 사고들을 언제든지 벌여보인다. 내가 아무리 주의하고 대비해도 일어날 사고들은 일어난다. 내가 잘못해서도 아니고, 내가 놓쳐서도 아니고, 그냥 벌어지는 사고들은 수두룩하다. 미리 온갖 준비를 해봤자, 사고는 막상 벌어진 그때에, 그곳에서 대응할 수 있을 뿐이며, 언제나 준비한 것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모든 나쁜 일이 나의 행동과 선택의 결과라고 생각한다면 자의식 과잉이다. 모든 일들이 인과관계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어떤 일들은 나와는 무관하게, 심지어 나를 무시하면서 일어나곤 한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그러니 진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방식은, 눈앞에 존재하는 일들만 챙기고 나머지는 내려놓는 것이다. 이렇게.


에라, 모르겠다.


그러다 진짜 나쁜 일을 당하면 후회하지 않을까 또 걱정할지도 모른다. 나쁜 일들, 후회할 일들을 막으려고 내내 고민하고 불안해하는 것보다 그 시간을 견뎌낼 힘을 길러두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시간들을 즐겁게 보내고 생을 기쁘게 여기는 힘을 키운다. 막상 나쁜 일들의 쓰나미가 다시 닥쳐오더라도, 그 또한 지나가리라.

매거진의 이전글 내 마음도 모르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