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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기 Oct 01. 2021

가을 모기는 나를 울리지

잠 못 드는 밤 모기는 잉잉거리고

찰싹


모기의 '이이이잉~' 소리에 반사적으로 내 따귀를 후려쳤다. 모기는 언제 도망갔는지 사라지고 내 볼만 얼얼하다. 막 잠들려던 참이었다.


왜 모기는 잠이 들만 한 바로 그때만 골라서 굳이 귓가로 오는 것인가! 재차 잠을 청해봐도 잠이 쉬 들지 않는다. 어느 틈에 물렸는지, 다리가 가려워 긁었더니 부어오른다. 가려움을 참아가며 잠이 막 들려는 그 순간 다시


이이이이~ 이잉~


후다닥 일어나서 불을 켰다. 유유히 유영하던 모기는 갑자기 불을 켜면 '머... 머선 일이고?' 하며 당황하고 가까운 곳 어딘가에 붙어 앉게 마련이다. 그놈을 찾으려 사냥감을 노리는 사바나 맹수의 마음으로 눈을 굴렸다. 내 움직임에서 어떠한 공기의 흐름도 만들어 내지 않도록 고요하게 움직였다. 81년생 김 모 씨가 말해준 생활의 팁으로, 나를 문 바로 그 모기를 잡으면 물린 곳이 덜 가렵다고 했다. 바보 같지만 그럴싸하니 인과관계와 개연성은 따지지 말도록 하자.


모기는 천장에 있었다. 조용히 의자를 당겨와 올라서서 손바닥을 휘두르는 순간, 모기 놈은 손가락 사이로 잽싸게 빠져나갔다. 한 번의 기회가 남아 있었다. 모기는 멀리 날지 못한다. 놈은 근처에 있다. 찾아낼 것이다. 찾아내 죽일 것이다.


하지만 좁은 집구석 곳곳에는 모기가 숨기 좋은 곳이 많다. 결국 모기는 놓쳤다. 나는 잠이 홀딱 깨버려 해가 뜨고서야 한 시간 반 정도 아침잠을 잤다. 그 난리를 치르는 동안에도 코 골며 잘만 자던 남편이 아침에 일어나더니 "자다가 모기 잡은 거 같아"하며 베개 머리맡의 모기 시체를 보여주었다. 되는 놈은 뭘 해도 된다더니, 잠 잘 자는 놈은 자면서 모기도 잡는구나.


며칠 째 이 짓거리를 반복하다 보니 아주 몽롱하고 어질어질한 것이 취한 것도 같고 이것이 국가가 허락한 마약인가 싶기도 하고 미쳐가는 것도 같다. 모기도 살겠다고, 한 번 살아보겠다고 뭐라도 먹으러 오는 것이긴 할 텐데, 왜 굳이 귓가에서 소리를 내어서 이 사단을 만드냔 말이다. 조용히 팔다리 피나 좀 빨아먹고 가주면 가렵긴 해도 참아줄 수 있는데 말이다.


여름 내 모기가 많이 보이지 않아 안심하고 꿀잠 자며 잘 지냈는데 그때 안 온 모기들이 죄다 가을에 몰려오나 보다. 매미 소리도 가시고 저녁이면 풀벌레 소리가 길가에 가득한데 밤이면 집안에 모기소리가 간지럽힌다. 오늘 저녁 산책길에는 모기약을 사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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