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와 N의 상관관계(9)

가지 않은 길은 보이지 않는다

by 레기

S 어머니의 빈소에는 S와 학원 사람 몇, 어머니의 지인 두 분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S는 학원일 외에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에 부를 사람이 많지 않았다. 잠시 다녀간 대학 동기들도 S가 늘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친해질 틈이 없었고, S는 지난 대부분의 시간을 N과 보냈다. 다른 고등학교 친구들과는 연락이 끊긴 지 오래였다.


N이 고운 검은 정장을 입고 들어와 두 팔로 안았을 때, 어머니의 임종 후 처음으로 S는 안심이 되었다.


"많이 힘들지?"

"와줘서 고마워. 정말 고마워."

"당연히 내가 와야지. 고맙긴 뭐가 고마워."


절을 올리고 자리에 앉은 N의 앞에 S도 앉았다. S는 메시지와 쪽지로만 전하느라 쌓인 이야기가 너무나 많았다. 밤새 이야기하고 밤새 듣고 싶었다. N은 조금 지쳐 보였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빛나 보였다.


"이게 몇 년 만이니."

"러게, 잘 지냈지? 아기가 너무 예쁘더라. 지훈 씨도 잘 지내지?"

"어..., 뭐."


N은 지훈이 새로 차린 회사의 여직원과 바람피우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려다 말았다. 변호사인 동서와 매번 비교하는 시부모님 이야기도 하지 않기로 했다. S 어머니를 보내는 자리인 데다가, 오랜만에 만난 S가 눈치 없이 SNS 계정에 쓸데없는 댓글이라도 남겼다간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넌 요즘 어때? 학원일은 힘들지 않아?"

"늘 비슷하지 뭐. 요즘은 온라인 강의가 늘어서 준비하는 게 더 신경 쓰이긴 하지만."


민망하다면서도 S가 휴대전화로 보여준 홍보용 영상을 보며 N은 깜짝 놀랐다. 조회수가 N의 게시글 조회수의 몇 배나 되었다. 게다가 댓글들은 모두 칭찬과 감사인사였다. N의 게시물에는 간간이 비아냥과 의심의 글들이 달리는데, S의 영상에는 그런 것조차 없었다.


"너 되게 잘 나가는구나?"

"그 정도는 아니고, 그래도 요즘 학생은 좀 많아졌어. 네 말대로 요즘 세상은 역시 인터넷인가 봐."


N은 아이를 낳고 몸매가 망가지고 얼굴은 푸석해지는 동안 외모는 한순간 지나가는 것뿐이고 S에게는 이제 소중한 가족에게 충실한 것이 중요하다고 깨달았다. 사람들에게 나쁜 것은 숨기고 좋은 것만 보여주는 것은 N만이 아니었다. 칭찬과 찬사는 가볍기 그지없고, 악랄한 비난들은 언제나 준비하고 있던 것처럼 쑤셔댔다. N은 그동안 정말로 성숙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주인공인 시간은 끝났지만 삶은 이런 것이고, 나쁘지만은 않다고.


하지만 N이 몰랐던 세상에서 S는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S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N은 휴대전화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제 그만 가봐야겠어."

N이 자리에서 일어설 때 S는 아이처럼 N의 팔을 붙잡았다.


"왜? 오랜만에 봤는데 조금 더 있다가 가면 안돼?"

"미안해. 나도 더 있다 가고 싶은데, 아이를 시부모님한테 맡겨두고 와서. 10시까지는 가겠다고 했거든. 지금도 좀 늦어서 오늘은 어쩔 수 없을 것 같아."

"그렇구나.... 어쩔 수 없네."

"미안해, 정말."


건물 입구까지 배웅을 나온 S에게 그만 들어가라고 손을 흔들어 보이면서 N은 문득 슬퍼졌다. 하지만 이내 시댁에 들를 걱정이 N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오늘은 또 아이 보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생색을 내며 베이비시터를 구했다는 동서와 비교하겠지. 어떻게 하면 아이만 데리고 바로 나올 수 있을까 열심히 머리를 굴리느라 N은 다시 바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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