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면 신랑과 함께 분리수거를 마치고 재활용 쓰레기 가방을 옆에 낀 채 동네 한 바퀴를 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정해진 이 일정은 어느새 한 주를 정리하는 우리만의 의식이자 주간 데이트가 되었다.
매주 똑같은 길을 매번 새롭게 같이 걷는다. 오랜만에 만나거나 새로 만난 산책 중인 강아지와 눈인사를 하기도 하고 동네 고양이들을 서로 찾아내고 알려주며 관음하기도 한다. 예쁜 꽃이 피어있으면 잠시 서서 살펴보다 농을 치며 낄낄거리기도 한다.
계절이 바뀌면서 바뀌는 풍경을 같이 즐기는 게 주간 데이트의 백미다. 올 가을은 단풍이 선명해서 감탄하고 모과나무의 모과가 못생겨서 즐거웠다.
낙엽이 쌓인 길을 걸으며 내가 물었다.
- 낙엽 쌓인 데서 나는 냄새 알아? 좋은 냄새?
- 알지, 쿰쿰한 냄새?
아줌마 마음에 한 줌 남은 동심을 파괴하는 쾌감을 즐기곤 하는 신랑이다. 그렇다고 쉽게 넘어갈 수는 없다.
- 아니, 이 냄새를 모르네. 싱싱한 낙엽 냄새를 몰라? 뭐라 설명해줄 방법이 없어서 어쩌냐. 이 냄새 모르고 살아야지, 뭐.
- 낙엽이 어떻게 싱싱하냐?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냄새를 맡아보겠다며 신랑은 코를 킁킁거렸다.
- 음, 알겠다. 이거 도서관 냄새랑 비슷하네.
- 아, 도서관 냄새!
낙엽 냄새를 맡아보라고는 했지만 달콤하다거나 시큼하다거나 냄새를 표현할 말을 아무리 떠올려봐도 낙엽 냄새와는 거리가 멀었는데, 도서관 냄새라고 하니 드디어 가까워졌다.
- 꽤 그럴듯해. 맞아 맞아, 도서관 냄새랑 비슷해!
- 그치? 도서관 냄새. 오래된 종이 냄새. 그러니까, 종이 썩는 냄새, 쿰쿰한 냄새!
내 썩은 얼굴을 보면서 신랑은 낄낄대며 웃었다. 뭐가 그리 신나는지 얄미워 등짝을 찰싹 때려도 멈추지 않았다. 뭐, 즐거우면 됐다.
봄에는 꽃이 만개했던 바로 그 나무가 가을이면 물들어 단풍지는 것을 같이 본다. 찬바람이 불어오고 가지에 눈이 쌓이겠지만 또 내년에는 새 눈을 틔울 것이다.
그 시간을 우리는 매주 같이 지켜본다. 동네 한 바퀴를 도는 소소한 산책이지만 긴 시간의 흐름을 같이 공유하는 우리의 주간 데이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