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마음에 더 오래도록 담아놓을 걸.
페더레이션 광장의 카페에서 아침을 간단히 먹고 페더레이션 와프로 걸어갔다. 잔잔한 강에서 조정을 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화창하진 않아도 기분 좋은 아침 산책을 했다.
조금 걸으면 세인트 폴 대성당이 있는데 처음 가본 성당의 타일 모양, 나무 조각,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금장식이 신기했다.
그 옆 호시어 레인의 그라피티 구경을 하고는 트램을 타고 도시를 둘러보는데 트램을 타는 건 생소해서 신기하고, 독특해서 재미있었다. 도로에서 바로 보이는 국회의사당도 멋졌지만 등 장식이 더 예뻤다.
조금 더 가서 내린 곳은 칼튼 정원이었다. 큰 나무들이 길게 늘어져 있는 길을 따라 들어가면 정돈된 가드닝의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그때는 멜번 박물관이 있는지 몰랐고 귀족이 이런 곳에 살 것 같단 생각을 했다.
빅토리아 마켓에는 무작정 사고 싶을 만큼 탐스러운 과일과 채소들이 많았다. 그리고 길거리 음식을 좋아하는 나는 그냥 걷다 본 푸드 트럭에서 도넛을 사 먹었는데 한국 도넛을 생각했는지 맛은 그냥 그랬다. 겉은 설탕이 묻어있고 안에는 빨간 잼이 약간 들어있는데,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티브이를 보는데 맛집이라며 그곳이 소개되는 걸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오래 걸어 지친 체력은 달달한 핫초코로 충전하고 친구들과 야경을 보러 스카이덱으로 갔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니 그렇게 크던 건물도, 많은 차와 사람들도 다 점처럼 보였고 그저 반짝이는 불빛들을 보니 나 역시 그저 작은 존재일 뿐인데 라는 생각이 들어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걷고 트램을 타며 돌아본 곳들이 하나의 영역으로 이어져 아는 동네가 되었고, 여행의 묘미가 이런 것일까 깨달은 시간이었다.
여행 그림책 <1월의 그 여름>은 일러스트 기반의 독립출판물로 스마트 스토어 라곰지샵에서 만나보실 수 있으며, 브런치에서 연재하는 '1월의 그 여름'은 그림책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버전입니다.
라곰지샵 <1월의 그 여름> 링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