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헝클어지고 얼굴에 잔뜩 먼지가 묻어도 즐거웠다
멜번의 아침은 아주 평범했다. 출근길의 바쁜 발걸음과 표정 없는 얼굴들은 어디든 같았다.
도시를 떠나 점점 숲으로 들어가는데 숲의 느낌이 예사롭지 않았다.
퍼핑빌리 입구엔 앵무새들이 가득했고, 귀엽지만 적당한 거리에서 보는 게 좋았다.
퍼핑빌리 기차는 하얀 증기를 크게 내뿜고 출발한다. 벨그레이브에서 출발해 레이크사이드로 도착하는데 창틀에 걸터앉아 가면 더 생생하게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바람을 맞으며 가까운 숲, 넓게 펼쳐진 숲, 푸른 하늘로 시선이 옮겨지는데, 대자연에 감동해서 웃다가 아무 말이 없어지기를 반복했다.
쌩쌩 달리던 기차의 속도가 느려지고 간혹 길가의 사람들과 만나면 서로 손을 흔들기도 했다.
신나게 타고나면 머리가 헝클어지고 얼굴에 까만 먼지들이 잔뜩 묻어도 재미있었고, 인간이 최소한의 룰을 지켜 소중한 대자연이 주는 벅찬 감동을 오래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참 지혜로웠다.
여행 그림책 <1월의 그 여름>은 일러스트 기반의 독립출판물로 스마트 스토어 라곰지샵에서 만나보실 수 있으며, 브런치에서 연재하는 '1월의 그 여름'은 그림책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버전입니다.
라곰지샵 <1월의 그 여름> 링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