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볼 수 있을까란 생각과 함께 마음이 시큰거렸다
호주에서 보내는 마지막 주였다. 주중 이틀을 시드니에서 보내기로 하고 오페라 하우스에서 볼 수 있는 저녁 공연을 미리 예매해두었다.
여행을 떠날 때 근사한 분위기의 옷을 하나 챙겨야 한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블랙 원피스를 가져왔는데 챙긴 보람이 있었다. 그래도 각자 필요한 것들이 있어 공연을 보러 가기 전 짧은 시간 내에 쇼핑몰을 둘러보기로 했다.
나에게 맞는 구두를 찾으려는데 원하는 디자인이 있으면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너무 높고, 사이즈가 있으면 원하는 디자인이 아니었다. 다행히 시간 맞춰 준비해서 도착한 오페라하우스는 티브이에서 봤던 어떤 파티처럼 멋있게 꾸미고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지만 우리만의 시간으로 즐겨보기로 했다.
공연장은 붉은 톤의 벨벳 같은 재질의 의자와 카펫,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장식, 노란 조명으로 채워졌다. 공연이 시작되고 대사를 알아듣기 어려워도 외국에서 보는 공연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지만 그날 오전 일정과 오후의 쇼핑 에피소드까지 더해져 정신없이 다닌 탓에 흐릿하고 뿌옇게, 아스라이 멀어지는 장면으로 기억에 남아버렸다.
공연장을 나오니 깜깜한 밤이 되었다. 여러 조명이 켜져 낮만큼 환한 바로 자리를 옮겼고, 서로 공연을 보다가 졸았다는 이야기에 웃음이 터져버렸다. 오페라 하우스, 하버 브리지, 밤바다를 배경으로 누릴 수 있었던 그 시간은 잊지 못할 꿈같았다.
여행 그림책 <1월의 그 여름>은 일러스트 기반의 독립출판물로 라곰지샵에서 만나보실 수 있으며,
브런치에서 연재하는 '1월의 그 여름'은 그림책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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