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by lagomji
brunch_13.jpg 미니 숲 속. drawing by lagom_ji




식물을 좋아하시는 엄마 덕분에 집에는 예전부터 화분이 많았다.

그렇게 엄마의 가드닝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는데, 그 모습은 내 어릴 적 흐릿하지만 나름 선명한 기억 저편에 존재한다. 앙증맞은 꽃 화분들과 따가워서 싫었던 선인장들, 그리고 베란다 벽 한편을 넝쿨로 가득 메웠던

꿀 따먹는 재미가 있던 호야, 그리고 이름은 모르지만 거실에 있던 키 큰 화분들.


몇 해 전 새로운 터전으로 옮기면서 이별해버린 것들도 있고 새롭게 만난 것도 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엄마는 화분에 물 주는 날이면 하나하나 빠짐없이,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라고 세 번씩 얘기해주신다.


그들도 소중한 생명이고 예쁜 아이들이기에 그러시는 것 같다. 처음엔 적응이 안돼서 낯설었지만 오랜 기간 귀에 익숙해지다 보니 이제는 그냥 그렇다.


너네는 꼭 한 번씩 속 뒤집어놓는데 이 예쁜 아이들은 말도 잘 듣고, 잘 크라고 하면 잘 크고

햇빛이랑 물만 있어도 꽃만 잘 펴서 얼마나 이쁜지 몰라.


생각지 못한 상대에 비교당한 느낌은 어리둥절하지만 왠지 고맙기도 하다.
어릴 땐 우리는 학교 가고 아빠는 일 나가셨을 때 아무도 없으니 엄마의 꺼내지 못하는 속 얘기 같은 걸

두런두런 얘기 들어주었을 거고, 커서는 집에 없었던 우리를 대신해 이쁜 꽃 피워서 엄마의 마음을
말랑말랑 설레게 해줬을 것이다.


어쩌면 그 아이들이 사람보다 훨씬 나은 것들을 대신 묵묵히 해주고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엄마도 사람을 넘어서서 자연까지 마음 깊이 받아들이고 아끼고 사랑함으로써

모든 것을 초월하신 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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