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없을 때 비 오더라.
저녁부터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추적추적 내렸는데, 부모님이 우산 좀 가지고 나와달라고 전화하셨다.
얼른 대충 챙겨 입고 나가는데 사람들이 우산이 없어서 그냥 걸어가거나,
후드를 뒤집어쓰고 부리나케 걸어가고 있었다.
왠지 그 사이로 우산을 쓰고 걸어가고 있으니 뿌듯한 느낌이랄까.
그러면서도 우산 하나라도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챙겨준다는 건 별 대단한 게 아니지만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면서도 그로 인해서 나의 자존감까지도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 자존감을 어느 수준 유지하며 살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자존감이 낮아 힘들어하고 있을 때 사소하지만 타인이 주는 영향으로 내 자존감이 회복될 때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부모에게 자식은 팔십을 먹어도 자식이기에 지금도 보면 여러 부분에서 나를 많이 걱정하신다.
그래서 더 챙겨주려고 하시고, 이런저런 경험의 이야기를 해주시며, 제 자식이라고 예쁘게 봐주시고 든든한 버팀목으로써 응원해주실 때 나의 마음이 그래도 비어있지 않으며 사랑받고 있고, 힘이 되는 존재가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감사한 마음과 함께 나의 존재감이 충족된다.
그리고 나의 짝꿍에게서도 영향을 받는다. 부모님으로부터 느낄 수 있는 것과는 조금 다른 부분인데,
가족이 아닌 외부인의 영역에 있는 사람이지만, 가족만큼이나 아주 가까운 위치에서 나를 아는 사람이기에
새로운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주거나, 응원을 해주고 격려해주면 그 또한 큰 힘이 되고 더 나아가 나의 마음가짐에 대해서 생각하는 영역이 넓어지고 깊어진다.
챙겨 받는다는 건 그 사람에게서 내가 사랑받는다는 것이고 너무나 감사하고 좋은 일이다.
챙겨준다는 건 그 사람에게 나의 사랑을 주는 것이기에 행복하고 기쁜 일이다.
물론 내가 받은 만큼 더 줄 줄 알아야 하고, 당연한 것이 아니기에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커지고
세세하게 깊어진다. 우산 하나에 - 어쩌면 비 덕분일지도 - 한적한 마음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