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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곰 Lagom Dec 29. 2023

다정함에 대하여

엄마이기 전에, 나의 이야기를 


  매 순간 다른 기분으로 올 한 해를 살아왔다. 어쩌면 올해에 나는 권태기가 왔는지 모든 게 재미가 없었다. 일을 하는 것도 육아를 하는 것도 그 좋아하던 베이킹을 하고 커피를 마시는 것도 또, 남편을 사랑하는 일조차도. 남편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가라앉는 시간이었다. 아마도 많은 것들을 내려놓아서 그런지. 이제는 조금은 괜찮아지겠구나,라는 생각 때문인지. 그리고 지금까지 쌓아온 남편에 대한 사랑을 덜어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점차 쌓여서 그런 건지. 남편이 날 더 사랑하고 더 아껴주고 하는 그 시간조차도 나는 유독 힘이 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닌데. 


회복하려면 나는 나에게 다정해야 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했고 나 아닌 다른 존재의 다정함을 받아야 했다. 그게 사람이든 동물이든 물건이든.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을 해야 했고 일하면서 육아와 집안일을 병행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했다. 회사에 연차를 내고 쉬는 방법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내 연차를 써야만 해서 그것도 실패. 가족들을 배려하면서 나는 나를 배려하지 못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남편에게 나의 사람들에게는 다정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 기분과 감정은 숨기고 가족들에게는 다정한 말들과 마음들을 건넸다. 그 순간, 순간이 모여서 그들의 행복이 되기를 바라면서. 


어쩌면 나는 다정함을 건네면서 그들도 나에게 다정함을 돌려주기를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실상은 괜찮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 다정함을 돌려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러니 나는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그 누구보다 그 다정함에 목마른 거는 나인데. 하지만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기는 싫었다. 내 이런 마음과 모습이 나를 더 깊은 곳에 처박더라도 말이다. 



낮은 음색, 잔잔한 웃음, 차분한 분위기. 




그래서 나는 미술관을 좋아했나 보다. 차분한 분위기, 사람들의 잔잔한 웃음과 낮게 들리는 음성들이 한 곳에 존재하는 그 미술관을. 그래서 마음이 힘들 때면 늘 미술관에 갔다. 조용하고 차분한 그 공간에서 나는 그곳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위로였으니까. 마음에 작은 생채기가 나고 시끄러울 때도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 생각과 마음들을 밀어내고 그림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마음을 채워나갔다. 


새해에는 조금만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그래서 그 다정함을 나에게 들려주기를. 

타인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나로서 존재하고 나를 위로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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