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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곰 Lagom Apr 08. 2024

아이 귀에 반짝반짝 구슬이 들어갔다.

도대체 왜... 거기에 들어가 있지?


지난 금요일, 늦은 저녁. 일이 많아서 늦게 끝난다고 첫째와 둘째에게도 말하고 막내에게도 평소보다 조금 늦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일까, 막내는 유난히 날 반가워했고 어린이집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 했다. 선생님들과 주말 잘 보내시라고 인사를 한 후,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차에 아이를 태웠다. 그리고 안전벨트를 해주면서 말을 건넸다. 



' 오늘 즐겁게 보냈어? '


' 엄마, 나 귀가 불편해. 아파'



최근에 중이염으로 고생했기 때문에 다시 재발된 지 걱정이 돼서 병원에 다시 내일 가봐야 하나, 생각하는데 아이의 표정이 좀 불안해 보였다. 뭐지, 귀가 아픈 건데 왜 불안해 보이는 걸까. 괜스레 걱정이 되어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귀를 들여다봤다. 




반짝반짝 -


무언가 빛나고 있었다. 귀 안에 반짝이는 구슬이 들어가 있었다. 맙소사 지금 저녁 6시 50분인데. 병원은 이미 문을 닫고 퇴근 준비를 하고 있을 텐데. 응급실에 가봐야 하나, 아무래도 이비인후과를 가야 할 텐데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아이 귀에 구슬이 들어간 걸 알고 있는 걸까?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고 집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첫째와 둘째가 생각이 났다. 배고플 텐데, 조금 있으면 저녁 먹을 시간인데.. 어쩌지. 


아이에게 어린이집에 다시 들어가서 귀 안을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고 최대한 침착하게 아이를 안고 내려서 다시 어린이집에 들어갔다. 어린이집에서 가지고 놀던 장난감인지 파악해야 했고 선생님들은 알고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어린이집에 모든 책임이 전적으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이집 안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당직 선생님들과 원장선생님과 다 같이 확인을 했고 안타깝게도 간호사 선생님은 퇴근해서 없었다..... 어린이집에서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 이미 시계는 1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단골인 소아과는 늦었고 응급실을 가거나 아니면 야간진료 하는 곳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 아이 손을 꼭 잡고 괜찮다고 병원에 가서 빼면 되니까 뛰지만 않으면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 


근처 이비인후과는 진료 마감, 응급실 두 곳은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없어서 진료를 보지도 못했고 거의 포기했다가 야간진료 하는 곳이 있어서 상황을 말하고 진료를 겨우 봤다. 아, 정말로 지금 생각해도 힘들었다. 그래도 아이가 가만히 진료를 받아서 15분에 걸려서 귀에 있는 구슬을 뺐고 아이도 나도 원장선생님도 연신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고 병원을 나섰다.





어린이집에 대처와 아이가 나에게라도 알려줘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막상 빼서 보니까 구슬이 아니라 동그란 모양에 반짝거리고 아마도 옷에 달린 장식이 떨어져 나와서 굴러다녔나 보다. 아이는 그게 반짝반짝거리고 귀걸이 같아서 귀에 해보고 싶었나 보다. 그러다가 귀에 얼떨결에 들어갔고 혼자서 빼보려고 하다가 더 들어가서 귀 안에 반짝이는 장식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매끈거리를 소재가 아니었고 까끌거리는 표면이어서 위험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아이도 놀랬는지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간단하게 간식을 먹고 잠이 들었고 그다음 날에 일어났다. 그래, 너도 놀랐겠지. 병원에서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없어서 거절당하고 또 다른 병원을 가고 다시 또 다른 병원을 가면서 너는 얼마나 긴장하고 놀랬을까. 아이를 달래가면서 물어보니 점심시간에 점심을 먹고 데굴데굴- 바닥에 굴러다녀서 주워서 보다가 그랬다고 한다. 다음에는 귀는 코든 넣으면 안 되고 혹시라도 실수로 넣게 되면 선생님한테 꼭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마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아이에게는 어떤 일이든 엄마에게는 꼭 이야기해야 한다고 하고 늦게라도 말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후우, 세 아이를 키우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겪고 응급실도 자주 갔는데 이번에 간 게 가장 기억에 남을듯하다. 부디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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