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를 낳고 나서 많은 고민을 했었다. 조리원에 가지 않고 친정 부모님께 2주, 평일 오전에만 도움을 받고 나머지는 혼자서 아이를 양육했다. 남편은 3교대 근무여서 사실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첫째를 어린이집에 추후에 보내고 복직을 하고, 다시 둘째를 임신하고 출산할 자신이 없었다. 또다시 그러면 휴직을 해야 되니까.. 그래서 첫째, 육아휴직 중에 둘째를 임신했다. 불과 첫째를 출산한 지 3개월 만에 다시 임신. 그렇게 연년생을 계획하고 나와 남편은 3~4년만 힘들게 육아를 해보자고 서로를 응원했다.
어린이집, 생활 시작
첫째는 36개월, 둘째는 14개월에 직장어린이집을 보내기 시작했다. 순한 첫째와 까탈스러운 둘째를 양육하면서 남편과 나는 당연히 첫째는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고 둘째는 적응할 때, 오래 걸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나와 남편의 착각이었고 3월부터 보내기 시작한 아이들의 어린이집 적응은 8월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정확히는 둘째는 2달 만에 바로 적응해서 어린이집에 들어가면 날 찾지 않았고, 첫째의 적응기는 이제 시작이었다.
처음 2개월 동안에는 첫째는 내내 울었다. 아주 서럽게. 아이의 우는 소리가 어린이집 밖까지 들려와서 괴로웠다. 웃으면서 '뫄뫄야, 엄마 회사 다녀올게. 재미있게 놀고 있어!'라고 말했지만 우는 아이에게 잘 들렸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3개월에 접어들어서야 울음을 그치고 교실 앞까지 데려다주면 마지못해 교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아이가 물 한 모금도 어린이집에서는 마시지 않았고, 밥도 물론 먹지 않았다. 담임 선생님도 영양사, 원장 선생님도 걱정이 컸다. 이런 아이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3개월이면 적응을 하고 잘 지내는데 우리 아이는 그저 어린이집에서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엄마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3개월 내내 오전에만 어린이집에 적응을 시키다가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편식이 워낙 심한 아이여서 어려울 것도 없었도 물도 밥도 간식도 바리바리 싸서 보냈다. 그랬더니 엄마가 해 준거라서, 본인에게 익숙한 물건들이어서 아이를 4개월이 돼서야 어린이집에서 물과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5개월, 6개월을 보냈다.
적응기간 6개월이 끝나갈 때쯤 되어서야 첫째는 어린이집에서 밥을 먹기 시작했고, 간식도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때쯤이 되어서야 '이렇게 해도 엄마는 회사를 가는구나'하고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 9살인 첫째에게 그때의 일을 물어보면 '기억이 안 나'라고 모르쇠다)
오히려 걱정했던 둘째는 적응을 잘했고 선생님들과 애착형성도 잘 돼서 아주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첫째는 힘들게 어린이집에 적응을 했고 적응시간이 끝나갈 때쯤, 나는 복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