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곰 Lagom Nov 27. 2023

뜻하지 않게 찾아온 선물, 셋째

결혼, 그리고 워킹맘이 되다 



선선한 가을이었다. 


어느 때와 다름없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정신없이 회사 출퇴근을 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루종일 싸울 때도 있지만 첫째와 둘째는 사이좋고 다정한 아이들이었고 서로를 많이 챙기고 없으면 어디 있는지 찾는, 사랑이 많은 아이들로 자라났다. 어느새 5살&4살 연년생 남매로 자라서 어디를 가든 의자에 앉아서 음료를 마시고 어떤 것을 원하는지 말로 표현하고 본인들이 좋아하는 옷을 고르고 입고 운동화를 신었다. 생일이 다가오면 '뭘 가지고 싶어?'라고 물으면 '엄마, 나는 초콜릿 케이크랑 꽃을 받고 싶어. 꽃 색깔은 분홍색이 많았으면 좋겠어'라고 답을 했다. 첫쨰도 둘째도 의사소통이 원활해서 다른 것들은 힘들지 않았다. 이렇게 아이들과 대화만 수월해도 육아 난이도가 내려가는구나. 평온한 날들이었다. 그래, 정말로 평온한 날들. 




그렇게 가을이 짙어지는 어느 날, 문득 생각해 보니까. 한 달에 한 번씩 꼬박하는 생리가 없었다. 설마... 아니겠지, 하는 마음이 있었고 몸이 힘들어서 종종 일주일정도 미뤄지기도 하니까 기다렸는데 예정일보다 2주가 지나도록 하지 않았다. 남편에게는 말하지 않고 다음날 출근해서 점심시간에 약국에 가서 임신테스트기를 2개를 샀다. 그리고 그날 밤, 다음날 새벽 5시. 두 번의 테스트 결과 임신! 확! 정!..... 아, 맙소사. 셋째라니. 





사실은 얼마 전에 태몽을 꾸긴 했었다. 


그게 내 태몽일지는 몰랐지... 엄마에게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이제야 숨 돌릴 틈이 생겨서 외식도 하고 복직해서 일도 하고 있었는데 회사에는 또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그래도 셋째를 선물 받았는데 잘 키워야지(?)라는 생각들이 혼잡해서 출근해서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보내고 나서 퇴근한 남편을 붙들고 이야기를 했다. ' 나, 셋째 생긴 것 같아. 병원에 가봐야겠어'라고. 남편은 많이 놀랬지만 입이 귀에 걸렸다. (이런, 당신 계획했구나. 나만 무계획이었니..) 맙소사 동네방네 소문낼 기세였다. 본인은 원래 아이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는 헛소리르 하면서 나를 꼭 안아줬다. 바로 병원에 가서 확인하려고 했지만... 이상하게도 다음날부터 입덧을 시작했고, 병원은 3개월이 다 되어서야 가서 심장소리를 듣고 진짜 셋째를 확인했다. 잘 크고 있구나, 우리 막내. 


출산용품부터 다 새로 사야 했고 그나마 아기침대는 가지고 있어서 다시 깨끗하게 닦고 설치를 미리 했다. 아기침대를 미리 방 한쪽에 설치하고 나는 그렇게 셋째를 맞이할 준비를 천천히 시작했다. 우리 집에서 가장 좋아했던 건 남편이었고 그다음은 아이들이었다. 아기를 워낙 좋아하는 아이들이어서 그런지 엄마가 임신을 했다고 9개월 뒤에는 아기가 엄마 배 속에서 쏙! 나올 거라고 했더니 얼마나 신기해하던지. 그래도 아이들이 좋아해 줘서 다행이다. 나도 남편도 아이들도 그렇게 뜻하지 않게 찾아온, 선물. 우리 막내를 기다린다. 





이전 02화 연년생 육아로 시작한 워킹맘 생활(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