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감사하는 삶

주변의 소중함을 깨닫기

by 강훈

딸아, 아빠가 매일 아침 눈 뜨면서 가장 먼저 하는 생각이 뭔지 아니? “오늘도 숨 쉬는구나.”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다는 걸 50년 살면서 배웠어.

몇 년 전에 아빠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잖아. 떠나기 일주일 전까지 같이 커피 마시며 “다음 달에 등산 가자”라고 했던 사람이. 그 후로 아빠는 “다음에”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쓰게 됐어.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으니까.


네가 얼마 전에 “왜 우리 집은 작아요?“라고 물었을 때가 있었지. 그때 아빠가 대답을 못했어. 그런데 작년에 우리 집과 멀지 않은 곳에서 큰 산불이 있었잖아. 정말 많은 집들이 산불로 다 타버렸지. 화재로 집을 잃은 사람들 뉴스를 보면서 생각했어. 우리에게는 돌아갈 집이 있구나. 작아도, 낡아도, 우리 집이 있구나.


감사는 가진 것을 세는 게 아니라, 있는 것을 느끼는 거야. 숨 쉬는 공기, 마실 물, 따뜻한 이불. 이런 것들이 없어져봐야 소중함을 아는 게 인간의 어리석음이지.

엄마가 매일 차려주는 밥상, 당연하게 생각하지? 아빠도 그랬어. 그런데 엄마가 독감으로 일주일 누워있을 때, 컵라면 먹으며 깨달았어. 매일의 밥상이 얼마나 큰 사랑이었는지.


우리는 늘 없는 것에 집중해. 더 큰 집, 더 좋은 차, 더 많은 돈. 그런데 이미 가진 것들은? 건강한 몸, 함께하는 가족, 웃을 수 있는 여유. 이것들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그 어떤 것과도 바꾸지 않을 텐데.


감사 일기를 쓰라고 하면 식상하게 들리지? 그런데 암 병동에서 환자들이 쓴 감사 노트를 본 적 있어. “오늘은 혼자 화장실 갔다” “밥 냄새를 맡았다” “창문 너머 하늘이 파랬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걸 당연하게 여기며 사는지.


아빠가 얼마 전에 발목 관절염이 심하게 걸렸었잖아. 그때 느꼈어. 걷는 것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너와 함께 동네를 산책할 수 있다는 것, 방에서 화장실을 걸어서 갈 수 있다는 것. 그게 기적이더라. 마찬가지로 보는 것도 큰 선물이야. 당연한 것처럼 누리는 것이 사실 기적과 같은 것이지. 몸이 불편해서 보지 못하고 걷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배려와 친절을 해야 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아닐까.


감사는 안경 같아. 쓰면 세상이 달라 보여. 같은 상황인데 불평의 안경을 쓰면 지옥이고, 감사의 안경을 쓰면 선물이 돼. 비 오는 날도 “젖어서 짜증나”“농작물에 단비네”는 다르잖아.

반 잔의 물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가 잘 아는 이야기잖아. "물이 반 잔 밖에 안 남았네""물이 반 잔 이나 남았네"의 차이 말이야.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은 그들이 없을 때 알게 돼. 그래서 아빠는 요즘 엄마한테 자주 말해. “있어줘서 고마워.” 거창한 게 아니야. 그냥 곁에 있다는 것, 그게 얼마나 큰 선물인지.

불평은 또 다른 불평을 낳지만, 감사는 또 다른 감사를 낳아. 신기하게도 감사할수록 감사할 일이 더 많이 보여. 마음의 주파수가 맞춰지는 것 같아.

매일 밤 자기 전에 세 가지만 떠올려봐. 오늘 고마웠던 것 세 가지. 거창할 필요 없어. 따뜻한 커피 한 잔, 친구의 미소, 예쁜 노을. 이런 작은 것들이 사실은 삶을 지탱하는 기둥이야. 아, 그리고 꼰대처럼 잔소리하는 아빠가 있는 것도 빼먹지 말고.


딸아, 우리가 숨 쉬고, 걷고, 사랑하는 사람과 밥 먹을 수 있는 오늘. 이게 당연한 게 아니라 선물이야. 언젠가는 오늘이 그리운 날이 올 거야. 그러니 지금, 여기, 이 순간에 감사하자.

감사는 행복의 시작이 아니라 행복 그 자체야.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네가 있어서, 아빠는 오늘도 감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