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성공 신화의 허상

모두가 특별할 수 없다는 수학적 진실

by 강훈

새벽 2시, 잠이 오지 않는다.

천장을 바라보며 계산한다. 내 나이, 내 연봉, 내 저축액. 그리고 남들의 나이, 남들의 연봉, 남들의 저축액. 빼기를 한다. 늘 마이너스다.


스마트폰을 켠다. 유튜브에 '30대 성공'을 검색한다. 수백 개의 영상이 뜬다.

"30살에 연 매출 100억 달성한 비법"

"35살 은퇴, 경제적 자유를 얻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억대 연봉까지"

댓글을 읽는다. "대단하세요", "부럽습니다", "저도 할 수 있을까요?"

그중에 내 댓글도 있다.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답은 늘 똑같다. "포기하지 마세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 누구나 할 수 있다면, 왜 나는 아직 여기 있을까?


우리는 성공 신화에 둘러싸여 산다.

아침에 출근하는 지하철. 광고판마다 성공 스토리가 걸려 있다. 치킨집 사장에서 프랜차이즈 대표가 된 사람, 평범한 주부에서 인기 유튜버가 된 사람, 영어 한 마디 못하던 청년에서 글로벌 기업 임원이 된 사람.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평범했던" 과거와 "특별해진" 현재의 대비. 그리고 그 사이를 메우는 마법의 단어들. 노력, 열정, 끈기, 도전.

이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속삭인다. "너도 할 수 있어. 너도 특별해질 수 있어."

그래서 우리는 책을 산다. 강의를 듣는다. 새벽에 일어난다. 주말을 반납한다. 하지만 왜 대부분의 우리는 여전히 평범할까?


간단한 산수를 해보자.

한국의 직장인은 약 2000만 명이다. 그중 연봉 1억 이상은 5% 미만. 100만 명도 안 된다. 나머지 1900만 명은? 그들은 실패자일까?

유튜브 채널은 전 세계에 5천만 개가 넘는다. 구독자 10만 명 이상은 0.3%. 나머지 99.7%는? 그들은 포기한 사람들일까?

매년 창업하는 기업은 10만 개. 5년 후 살아남는 기업은 3만 개. 나머지 7만 개는? 그들은 노력이 부족했을까?

수학은 명확하다. 모두가 상위 1%가 될 수 없다. 정의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 단순한 진실을 외면할까?

성공 신화가 말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스티브 잡스는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고, 좋은 대학을 다녔고, 실리콘밸리라는 완벽한 생태계에서 시작했다. 빌 게이츠의 어머니는 IBM 이사와 친구였다. 마크 저커버그는 하버드생이었다.

그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노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태어난 시대, 만난 사람들, 우연한 기회들. 철학자 존 롤스(John Rawls)는 이를 '자연적 복권'이라 불렀다. 우리는 태어날 때 이미 다른 번호를 받는다.


하지만 성공 신화는 이 모든 것을 지운다. 오직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을 강조한다. 그래야 팔리니까. "당신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운이 좋아야 가능하다"는 메시지보다 잘 팔리니까.

더 잔인한 것은 실패를 개인의 탓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성공하지 못했다면 노력이 부족해서다. 부자가 되지 못했다면 마인드가 잘못돼서다. 꿈을 이루지 못했다면 간절함이 없어서다.


정말 그럴까?

한 달에 300시간 일하는 택배 기사는 노력이 부족한가?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는 편의점 알바생은 간절함이 없는가? 20년째 같은 자리에 있는 직장인은 마인드가 잘못된 건가?

시스템의 문제는 없는가? 구조적 불평등은 없는가? 운의 요소는 없는가?

하지만 성공 신화는 이 질문들을 허락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개인의 책임이다. 그래야 또 다른 책을, 또 다른 강의를, 또 다른 솔루션을 팔 수 있으니까.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매일 자기계발서를 읽어도, 매주 동기부여 영상을 봐도, 매년 새로운 목표를 세워도, 대부분의 우리는 특별해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것이 통계적 진실이기 때문이다. 100명 중 1명만이 상위 1%가 될 수 있다. 나머지 99명은?

그들은, 우리는, 평범하다. 그리고 그것은 수치가 아니다. 그것은 정상이다.


한 커리어 상담사가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대기업 임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뭔지 아세요?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는 거예요. 평생 성장만 추구하다가, 정체를 마주했을 때 자기 정체성이 무너진다고 하더군요."

명문대, 대기업, 임원. 누가 봐도 성공한 삶이다. 하지만 그들조차 평범함을 두려워한다. 왜? 평생 특별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평범은 실패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이것이 성공 신화의 진짜 비극이다. 충분한 삶을 부족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괜찮은 삶을 실패라고 느끼게 만든다.


새벽 3시, 여전히 잠이 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다른 생각을 한다.

나는 평범하다. 그리고 그것은 괜찮다.

내일도 평범한 하루를 살 것이다. 평범한 아침을 먹고, 평범한 일을 하고, 평범한 저녁을 보낼 것이다. 그 평범함 속에 작은 기쁨들이 있을 것이다. 따뜻한 커피 한 잔, 동료와 나눈 농담, 퇴근길에 듣는 좋아하는 노래.

이것들은 성공 신화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너무 평범해서. 하지만 그것들이 내 삶의 진짜 순간들이다.

모두가 특별할 수 없다는 수학적 진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역설적으로 자유가 시작된다.

남의 성공 신화가 아닌,

내 평범한 이야기를 살 자유.

그것이 어쩌면,

가장 특별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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