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자기 계발의 역설

발전을 강요받는 시대의 모순

by 강훈

월요일 아침 6시.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진다. 처음으로 드는 생각은 오늘 해야 할 일들이다.

침대 옆 탁자를 본다. 읽다 만 자기계발서 세 권이 쌓여 있다. <아침 5시의 기적>은 초반에서 멈췄고, <그릿>은 절반쯤 읽었고,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겨우 프롤로그를 넘겼다. 죄책감이 몰려온다. 또 끝까지 읽지 못했다. 또 포기했다. 또 실패했다.


스마트폰을 켠다. 어젯밤에 설정해 둔 '동기부여 명언' 알림이 떴다.

"당신이 멈춘 곳이 누군가의 시작점입니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나는 지금 멈춰 있는가? 아니면 가고 있는가? 도대체 어디까지 가야 충분한가?


우리는 매일 성장을 요구받는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1일 1 성장"

"매일 1%씩 개선"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언제부터 현재의 나로는 부족하다고 느끼게 됐을까?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연말 평가 시즌이면 늘 듣는 말이 있다.

"올해는 작년보다 무엇이 나아졌습니까?"

"내년 목표는 무엇입니까?"

"어떤 역량을 개발할 계획입니까?"

작년과 똑같으면 안 되는 걸까? 지금 하는 일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걸까?


자기계발은 종교가 되었다. 매일 아침의 루틴은 의식이 되었고, 성공한 사람들은 성인이 되었고, 그들의 책은 경전이 되었다. 우리는 신자가 되어 매일 참회한다. "오늘도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다. 자기계발서는 늘어나는데, 왜 우리는 더 불안해질까? 동기부여 콘텐츠는 넘쳐나는데, 왜 우리는 더 지칠까?


한 친구가 고백했다.

"자기계발 유튜브를 보면 볼수록 더 초조해져. 남들은 다 뭔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제자리인 것 같아."

맞다. 자기계발은 우리를 발전시키는 대신 불안하게 만든다. 성장시키는 대신 지치게 만든다. 자유롭게 하는 대신 옥죄어 온다.


더 큰 문제는 끝이 없다는 것이다.

영어를 마스터하면? "이제 중국어를 시작하세요."

몸을 만들면? "이제 마라톤에 도전하세요."

승진하면? "이제 창업을 준비하세요."

도착점이 없는 여행이다. 목적지가 계속 멀어지는 마라톤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뛰어야 할까?


작년에 만난 한 스타트업 대표가 있다. 그는 '성공한 사람'이었다. 30대 초반에 회사를 세웠고, 투자를 받았고, 직원도 50명이나 있었다. 그런데 그가 한 말이 잊히지 않는다.

"전 아직도 부족해요. 더 큰 투자를 받아야 하고, 더 성장해야 하고, 더 혁신해야 해요. 쉬면 죽는다는 생각에 3년째 휴가를 못 갔어요."

성공한 사람도 쉴 수 없다면, 도대체 누가 쉴 수 있을까? 아니, 과연 얼마나 더 해야 성공한 것일까?


자기계발의 가장 큰 역설은 이것이다: 자기를 계발할수록 자기를 잃어간다.

아침 루틴을 따르느라 내 리듬을 잃고, 성공 법칙을 따르느라 내 방식을 잃고, 롤모델을 따르느라 내 모습을 잃는다. 우리는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 '진짜 나'를 지운다. 그리고 그 자리에 누군가의 템플릿을 복사해 붙인다.


미라클 모닝? 누구에게는 미라클이지만, 누구에게는 악몽이다. 어떤 사람은 밤에 더 창의적이고, 어떤 사람은 천천히 시작할 때 더 생산적이다. 하지만 자기계발은 하나의 정답만을 강요한다.

푸코가 말한 '자기의 테크놀로지'가 현대에는 이렇게 변질되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자기 계발'은 자신을 알고 돌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대의 자기계발은 자신을 개조하고 최적화하는 작업이 되었다. 마치 공장에서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듯이.


우리는 스스로를 상품으로 만든다. 스펙을 쌓고, 역량을 개발하고, 경쟁력을 높인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는 묻지 않는다.


자기계발 산업의 비밀을 알려주겠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당신이 만족하는 것이다. 만족한 사람은 새 책을 사지 않는다. 강의를 듣지 않는다. 코칭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끊임없이 당신의 부족함을 상기시킨다.

"아직 멀었어요"

"더 할 수 있어요"

"이것만 더 하면 돼요"

자기계발서 시장 규모를 아는가? 한국만 연간 수천억 원이다. 당신의 불안이 그들의 수익이다. 당신의 부족함이 그들의 시장이다.


한 가지 질문을 해보자.

정말로 우리 모두가 특별해져야 할까? 우리 모두가 CEO가 되고, 인플루언서가 되고, 혁신가가 되어야 할까? 그럼 누가 빵을 굽고, 누가 버스를 운전하고, 누가 아이들을 가르칠까? 이 평범한 일들이 없다면 세상이 돌아갈까?


동양 철학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노자는 말했다. "만족을 아는 자가 부유하다."

장자는 말했다. "쓸모없음의 쓸모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지혜를 외면한다. 만족은 나태가 되었고, 쓸모없음은 낙오가 되었다.


며칠 전,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그는 작은 동네 빵집을 운영한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빵을 굽고, 오후 6시면 가게를 닫는다. 주말엔 쉰다.

"너도 자기계발 같은 거 해?" 내가 물었다.

그가 웃었다.

"난 매일 더 맛있는 빵 만드는 게 자기계발이야. 손님들이 '오늘도 맛있네요' 할 때가 가장 뿌듯해."

그는 유명하지 않다. 부자도 아니다. 하지만 그의 눈엔 불안이 없었다. 조급함도 없었다. 그저 만족이 있었다.


월요일 밤 10시.

오늘도 계획한 것의 절반도 못했다. 영어 공부도 건너뛰었고, 독서도 못했고, 운동도 빼먹었다.

예전 같으면 자책했을 것이다. "오늘도 실패했어."

하지만 이제 다르게 생각한다.

오늘 나는 일을 했고, 밥을 먹었고, 사람들과 대화했다. 평범한 하루를 성실하게 살았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자기계발의 역설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기를 계발하는 대신 자기를 받아들이는 것.

더 나은 내가 되는 대신 진짜 내가 되는 것.

성장이 의무가 아닌 선택이 될 때,

발전이 강요가 아닌 즐거움이 될 때,

비로소 진짜 성장이 시작된다.


느리더라도, 작더라도,

내 속도로, 내 방식으로.

그것이 진짜 자기계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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