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헤다 Jul 04. 2022

오로라를 보러 가야겠다

태생이 오류지만 예쁘다

이제 10살이 된 둘째 녀석이 부쩍 그 이야기를 한다.

”아빠는 오로라를 보러 가는 것이 소원이라면서? 그럼 멀리 가야 해? 오래 걸려?”

그 질문에 난 이렇게 대답했다.

”응, 오로라를 직접 보러 가고 싶어. 근데 나중에, 아주 나중에 너가 크면 갈 거야.”

그러고 나서 며칠이 지나서 또 물어본다.

”아빠는 오로라를 보러 가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지? 근데 왜 보고 싶어?”

이번엔 좀 다른 차원의 질문이다. 왜 보고 싶은지 궁금했나 보다. 나에겐 오로라를 보고 싶은 분명한 목적이 있긴 하다.

직접 보면 더 신비하고 아름다울 것이라는 전형적인 이유도 있지만, 나에겐 좀 더 다른 이유가 있다.

그래서 아이에게 대답해줬다.

”오로라는 잘못 태어났거든, 그런데도 엄청 이뻐. 정말 멋지지 않아? 잘못 태어난 건데 예쁘다는 건.”

”에이, 그게 뭐야?”

그럴 테다. 아이에겐 그게 어떤 의미인지 문자적으로는 알 수 있어도, 담긴 의미는 좀 어려울 수도 있다.


 간단하게 현상을 설명하자면, 태양에서 방출된 플라즈마가 지구의 자기장과의 충돌로 유입되면서 생기는 현상이 오로라라고 한다.

말 그대로 지구에 들어오지 않아야 할 에너지가 들어오면서 생긴 오류 현상인 셈이다.

그 빛이 너무 아름다워 로마 신화에 나오는 여신 ‘오로라’라는 이름이 붙었다.

평소에는 잘 볼 수도 없고, 정상적인 기상환경에서는 존재하지 않고, 특별한 상황에서 펼쳐지는 빛의 모습이다.

난 그 태생이 좋다. 뭔가 일반적이지 않고, 뭔가 건강하지도 않은 것이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것.

오류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너무 이쁘다는 표현도 좋다.

오로라를 보고 싶은 건 그 이유 때문이었다. 오류 같은 내 삶, 내 인생이 그렇게 볼품없는 것은 아니고 싶었다.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그저 그런 인생으로 살아가는 내 모습이 어쩌면 오류스러운 삶이지만, 그럼에도 내 삶은 아름답고 싶었다.

어쩌면 그 시간이 짧더라도 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삶이 아름답기를 바란다. 이미 그 자체로 아름다움에도 말이다.


살아온 시간들 속에 겪은 일들이 수치스러워서 숨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중의 하나다.

그래도 충분하다고, 괜찮다고 말하는 것도 어쩌면 식상할지 모르겠다.

자신의 삶의 흔적들을 부끄러워하면 주변 사람들은 당연히 부끄럽게 인식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삶의 흔적들이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내 삶을 소중하고 당당하게 여긴다면,

정말 더없이 아름다울 것이다.


자신의 태생이 오류임에도 하늘에서 그렇게 당당하게 자태를 드러내는 오로라처럼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