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를 우아하게 즐기는 법

by 김라희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커다란 토마토를 한 입 풀썩 베어 물면 주르륵 과육이 예상치도 못한 방향에서 마구 솟구쳐 흐른다. 여기저기 흐르는 과육을 분주하게 닦아가며 먹어야하는 번거로움을 사랑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손으로 쥐기도 버거운 크기의 대왕 토마토를 통째로 들고 먹기를 애정하는 이들에게는 이 번거로운 움직임 조차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일 것이다.


오늘은 이런 고집스러운 이들을 위하여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 앞에서도 대왕 토마토를 우아하게 즐길 수 있는 숨겨진 기술을 나누어 보고자한다. 수년간 대왕 토마토를 통째로 먹어 온 전문가들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각자 보유한 신공의 기술과 비교하며 읽을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만약 더욱 효율적인 우아의 기술을 그대들이 알고 있다면, 부디 댓글로 함께 나눠 주시길 부탁드린다.




토마토를 본격적으로 즐기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토마토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 우선 토마토의 꼭지는 손바닥을 향하도록 쥐고 배꼽 부분을 조심스레 한 입씩 베어 먹는다. 이 때 살짝 드러난 토마토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씨방이 나뉜 부분이 보인다. 그럼 그 때부터 머리를 써야한다. 어디서부터 먹어들어가면 좋을지 나름의 계획을 세워가야 한다. 이는 토마토마다 과육을 듬뿍 담은 씨방의 위치가 다 다르기에 따르는 수고다.


이 때 계획을 세우기도 전에 토마토 중간 어디든 한 입 베어 물 수밖에 없는 성급함을 가진 분들이 이 우아함을 갖길 원한다면, 그것은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 무조건 토마토를 와구 베어 물기 시작했다간 큰 낭패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 귀한 과육을 애꿋은 손가락에게 모두 양보해야 함은 물론 우아한 모습으로 대왕 토마토를 즐기기 위한 목표는 시작도 전에 끝나버린다. 한참을 궁리해 보아도 이런 성급한 성정을 소유한 분들에게는 우선 사과를 우아하게 즐기는 방법부터 배우보시라 추천드릴 수 밖에 없다.





자, 이제 씨방의 위치를 어느정도 파악했다면, 토마토 피부라 일컫는 과육층 즐길 순서가 왔다. 포근하게 잘 익은 닭 안심살을 찢어 먹듯 엄지와 검지를 사용하여 살큼 살큼 조심스레 과육층을 발라 먹는다. 이 때 새끼 손가락은 자연스럽게 올려주면, 섬세한 손놀림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이렇게 과육층을 즐기다보면 어느새 씨방에 예쁘게 자리잡은 동그란 모양의 밑씨와 씨젤리가 그 탱글한 자태를 드러낸다. 이 때 재빨리 씨젤리의 모양과 크기를 잠깐의 눈썰미로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입의 크기와 각도를 씨젤리 모양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자, 이제 입을 새초롬히 오므려 요령껏 최대한 많이 씨젤리를 빨아 먹으며, 그 싱싱한 신선함을 깔끔하게 즐긴다. 이것이 대왕 토마토를 통으로 먹는 즐거움의 하이라이트이자 우아한 자태를 최대한 뽐낼 수 있는 섬세함의 최대치다. 아차, 자칫 입의 각도와 크기가 계획보다 약간이라도 크게 벌어졌다면 이상 야릇한 소리가 얄궂게 새어 나올 수도 있으니 절대 조심하시길!




토마토는 관대하다. 게다가 우리가 우아하게 즐기려는 것은 대왕 토마토이다. 그것이 품고 있는 씨방의 갯수는 당신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인내심을 가지고 씨방을 싸고 있는 과육층을 하나씩 잘 발라가며 그 속에 숨은 보드라운 씨젤리를 즐길 수 있길 바란다. 이 인내심이 우아함의 자태를 마무리짓는 마지막 한 끗임을 잊지말자.


어떤 이들은 오직 방울 토마토를 먹는 것만이 우아함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주장하곤 한다. 이것은 토마토의 성격을 모르는 이들이 내어 놓은 섣부른 장담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기억하자! 탱탱하게 잘 익은 방울 토마토는 그 어떤 폭탄보다 강렬한 폭발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만약 어쩔 도리가 없어 방울 토마토의 과육을 즐길 수 밖에 없다면, 그것을 깨물기 전에는 온 힘을 다해 입을 꼭 다물기를 당부한다. 만약 그것을 잊었다면, 그 탄탄한 과육층을 뚫고 나온 씨젤리의 과육이 강력한 분수력으로 이제 막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 연인의 얼굴에 안착하는 어처구니없는 광경을 목격하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곳엔 우아함보다 당혹감이 먼저 내려앉아 있을테니...


우아함이란 조화를 잘 이룬 매끄러운 움직임이 고유의 섬세함을 입었을 때 드러나는 태도이다. 대왕 토마토의 과육을 즐기며 우아함마저 드러낼 수 있을 정도의 당신이라면, 어느곳에서라도 그 우아함은 아름다운 자태로 자연스레 그 빛을 드러낼 것이다. 다만, 그 우아함이라는 것이 한낱 허영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는 말자.







[사진출처: http://blog.daum.net/losting06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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