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지금까지 수술 전 3회, 수술 후 4회 항암약을 맞으며 치료하시는 중이다. 수술과 회복 그리고 항암 치료에만 전력을 기울이는 시간이 벌써 6개월째다. 항암 치료를 선택하고 말고의 여유도 없이 병원에서 결과가 나온 이후 급하게 항암 치료를 시작할 수밖에 없던 그때를 돌이켜보면 지금도 마음이 무너지듯 하다. 빠르게 전개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은 항암 치료- 이것은 무엇인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등을 알기 위한 공부와 정보 취합이었다.
암 환자를 본 건 드라마밖에 없다. 그곳에서는 주인공이 항암 치료를 하며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듯 잔인하게 표현했다. 그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서인지 항암 치료를 하겠다는 엄마만 떠올려도 걱정되는 마음이 자꾸 커졌다. 생각해보면 지금도 분명 어디선가는 나처럼 가족 혹은 본인의 항암을 앞두고 무엇을 해야 할지, 그것이 무엇인지 우왕좌왕하고 있을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공부하며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암 치료, 항암 치료와 관련한 정보가 넘쳐나고, 그 안에서 어떤 정보를 취사선택해야 할지 그 기준이 애매하다는 거였다. 논리적 근거나 자료 없이 개인의 경험에 빗댄 식단 관리, 항암 치료, 자연치료법 등 한 쪽에서 맞고, 다른 쪽에서는 아니다고 하는 상반되는 정보들이 심각하게 많았다. 이 부분이 지금도 가장 어렵다. 사실 엄마에게 무엇을 어떻게 하시라 말씀드리는 게 조심스러운 이유다. 그렇기에 나까지 거기에 더해 혼란을 가중시킬까 염려되는 마음도 있다. 해서, 식단 관리를 떠나 실제적으로 병원 생활하며 얻은 정보, 일상 관리 등의 정보만 나누려 한다. 오늘은 항암 치료를 위한 입원 준비물은 어떤 것이 있었는지 기록해 둔다.
평생 가족 누구도 병원에 입원해 본 경험이 없어 며칠 동안 병원에서 지내는 게 어떤 의미인지, 얼만큼의 불편함이 있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게다가 항암 치료를 하셔야 하니... 더 막막했다.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보다가 엄마에게 필요하다 싶은 목록을 정리해 알려 드렸다. 그리고 그 목록은 병원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더해지고 빠지며, 아래와 같이 정리되었다.
이것도 천연, 친환경 제품으로 사용하고, 피부가 건조해지기 쉬우므로 미리미리 보습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한 번 피부가 건조해져 갈라지거나 상처가 나게 되면, 회복 속도가 더뎌 고생할 수 있다고 한다. 다행히 엄마는 피부 관리는 본인이 신경을 더 잘 쓰고 계신다.
3. 보온 준비물: 첫 항암을 5월 초에 시작하셔 지금까지 하고 계시는데, 한 여름에도 춥다고 하셨기에 발목이 편한 보온 양말과 장갑 그리고 점퍼 혹은 카디건을 챙겨갔다. 한 여름에도 병원에서는 오리털 경량 점퍼나 겨울에 하는 숄더를 걸치고 계셨다.
4. 탈모를 위한 준비: 항암약에 따라 탈모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엄마의 경우 항암 2차에 들어가면서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고, 3차 항암에는 미리 준비해 둔 모자 2개를 챙겨 병원에 다니신다.
5. 보온이 되는 텀블러와 컵: 플라스틱 제품에는 유해물질이 나오므로 환자가 사용할 컵은 유리로 된 제품을 사용하기를
6. 슬리퍼: 병원에서 편한 신발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필수품.
7. 그 외: 핸드폰 충전기, 이어폰, 안대 (밤에는 조도를 낮추기는 하지만 완전히 불을 끄지 않으므로 아주 용이하게 사용한다.), 이어 플러그 (3M 사에서 나온 귀마개를 쓰고 계신다. 1인실이 아닌 이상 그리고 2~3시간에 한 번씩 간호사분들이 혈압이나 약 등 챙기는 부분이 많아 들고나며 나는 소음을 막아준다.), 핸드폰 거치대
8. 체온계: 이건 병원에서 사용하는 필수품이라기보다 가정에서 꼭 구비해야 한다. 항암 치료 환자가 열이 38도 이상 1시간 지속되면 병원에서는 의사를, 집에 있을 경우 의료진에게 연락 혹은 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들었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체온계는 집집마다 필수로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9. 음식: 처음에는 잘 몰라 음식을 집에서 준비해 가지 못했지만 항암 횟수가 늘어갈수록 병원에서 나오는 식사만으로는 부족하고, 입맛에도 당기지 않는다고 하셔 반찬이나 간식거리를 준비한다. 이건 환자의 기호와 병명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므로 병원 생활을 하면서 개인적 취향에 맞춰가면 되겠다.
참고: 엄마를 위한 주요 간식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두른 삶은 토마토, 현미 떡, 삶은 브로콜리, 삶은 계란, 호두, 호밀빵, 포도, 사과, 반찬류는 온갖 장아찌류, 볶은 멸치, 물김치 등이 식사에 도움이 된다.
병원에서 항암약을 맞고 잠에 취해 식사 시간도 겨우 챙기면서 음식을 넘기시지만 식사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게 있다. 바로 걷기 운동. 아침 식사 전 혹은 후에, 점심, 저녁 식사 후 하루 3회는 꼭 나가 걸으신다. 컨디션이 좋으실 때는 하루 최소 2시간을 걷고 계신다. 아마도 이것이 엄마의 항암 치료의 부작용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항암 치료에 대한 걱정과 염려는 처음보다는 많이 줄었다. 그리고 항암 약에 대한 거부감도 처음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의문은 있다. 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항암 치료를 해야 할까? 환자의 삶의 질을 생각할 때 언제까지 치료를 해야 할까?라는 질문은 계속이지만, 그건 환자의 선택이고 선택한 후 긍정적인 마음으로 치료를 잘 받고 있다면 그것만으로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경험한다.
사람마다 천차만별로 반응한다는 항암약이 엄마에게도 좋고 나쁜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다행히 심한 부작용은 아니더라도 항암 치료는 엄청난 에너지와 정신력이 필요한 과정이다. 그리고 함께하는 가족들 또한 긍정적인 정신력이 강하게 요구된다. 결국은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다들 말한다. 뻔한 말이라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실망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말이 제일 중요하다 점점 더 확신하게 된다. 그리고 병원 생활은 고되지만, 그 안에도 사는 이야기가 있다는 걸 안다면 무거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