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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을 정리하고 싶다면 밖으로 나가세요.

by 닥터추박사

오늘은 딱 10분만, 핸드폰을 놓고 노트와 펜을 챙겨서 나가볼까요?

10분 동안 걸어 다니며 든 생각을 노트에 적어보세요. 그리고 돌아와서, 산책하며 떠올렸던 생각들을 글로 정리해 보세요.



“다행이다”와 “아쉽다”는 감정은

어쩌면 인생의 절묘한 동반자일지도 모른다.
서로 반대되는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자주 함께 찾아온다.


오늘 아침이 딱 그런 경우였다.

매주 수요일은 아침 운동을 하는 날이다.
알람 소리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어김없이 모닝 루틴을 마친 뒤
운동화 끈을 조이며 한강으로 향했다.


서늘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빠르게 걷고, 가볍게 달리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의 잡념들이 하나둘 정리되기 시작한다.


“아, 내가 지금 이걸 걱정하고 있었지.”

“맞다, 그 발표 준비도 해야 하고...”


그런데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핸드폰을 가지고 나왔다는 점.
시간 확인과 음악 감상을 하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생각의 흐름이 끊긴다는 것.


누가 문자를 보내도

아닌 척하면서 쓱 확인하고,
다음 곡이 뭔지 보다가

괜히 플레이리스트를 손보다 보면,
어느새 운동과 뇌의 휴식에 방해가 되었다.


또 하나의 아쉬움.
노트와 펜을 가지고 나가지 않았다는 점.


“설마 산책 중에 글감이 떠오르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사람은 준비하지 않으면

꼭 필요할 때 후회한다.


오늘 같은 날,
조용히 흘러가는 한강을 보며
훌쩍 떠오르는 문장 하나, 아이디어 하나를
종이에 툭 적어두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고 뛰며 내 생각을 한 뼘 더 정리할 수 있었다.


다시 느낀다.
이런 평범한 루틴이 사실은 내 삶의 중심이라는 걸.


요즘 내 머릿속을 가장 크게 차지하고 있는 건
다음 주 토요일에 있을

투리브님 오프라인 강의 발표.


사실 발표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투리브님이 발표자 명단에

내 이름을 넣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아, 나 발표하고 싶었구나.” 하고 깨달았다.


걱정보다는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라는 고민이 먼저 떠오른 걸 보면 말이다.


힌트는 투리브님의 댓글에서 얻었다.
내 강점은 핵심을 뽑아내고 요약하는 힘.

그건 아마도,
수많은 공부와 시험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길러진 능력일 것이다.

게다가 요즘 내가 집중하고 있는 주제는 바로,


‘나만의 문장 만들기’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 하나.
훔치는 것도 실력이다.


처음엔 ‘남의 문장을 베낀다’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다.
하지만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그걸 내 방식으로 소화하고
나만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일이
결국은 진짜 창작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 두 가지 힘,
‘요약하는 힘’과 ‘훔치는 힘’에 대한 생각은

최근 18년 만에 복간된

사이토 다카시의 '일류의 조건'에서 찾을 수 있었다.


발표가 결정되자마자

이 두 가지 주제가 포함된 발표를 준비하기로 했고,

곧바로 책을 구입했다.


책을 읽으며, 5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훔치는 힘'과 '요약하는 힘'을

어떻게 발표할지 고민했다.


생각은 책상 위가 아니라,

한강 위에서 정리된다.

대본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아침 운동 시간 동안 큰 틀이 잡혔다.


한강을 걸으며 생각의 가지들을 정리하다 보니
“어떻게 이야기해야 전달이 잘 될까?”
하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그러니까,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면 책상에만 앉아 있지 말자.


밖으로 나가야 한다.
산책을 하고, 걷고, 달리고, 숨을 쉬고,
세상을 눈으로 느껴야 한다.


머릿속이 복잡할수록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자연에 몸을 맡기는 게 가장 빠른 정리법이기도 하다.


man-8070372_1920.jpg Pixabay로부터 입수된 Kei님의 이미지 입니다.

오늘 하루,
나는 “다행이다”와 “아쉽다”를 동시에 느꼈다.


- 다행인 건, 운동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

- 아쉬운 건, 생각을 더 잘 붙잡을 수 있는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것.


하지만,
이런 소소한 다행과 아쉬움들이
결국 나를 조금씩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걸 느낀다.


어쩌면 삶이란,
계속해서 조금은 아쉽고, 조금은 다행인 날들의 연속 아닐까?


그 아쉬움을 다음 기회에 개선하고,
그 다행에 감사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면
우리의 하루는 충분히 좋은 하루가 될 것이다.



따뜻한 하루, 부드러운 산책.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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