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iny Sep 28. 2016

첫 발을 내딛다, 아이슬란드

불과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 일주기

작가의 말


소소하게 인기를 끌었던 아이슬란드 여행기 "불과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를 소개합니다"https://brunch.co.kr/@lainydays/41 를 남긴 지 근 3개월이 흘렀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펜을 놓고..아니 키보드를 놓고 있었는데 대만 핑시선 여행기로 가볍게 워밍업을 마치고 다시 연재하려합니다. 


저는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들에 비해 여행을 (상대적으로) 많이 다녔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특정 대륙(유럽/아시아)에 몰려있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여행을 많이 다니다보니 여러 노하우가 생겨 베테랑 야구선수 마냥 힘들이지 않고 편안하게 게임에 임한다는 장점은 있으나 여행을 떠날 때 무언가 두근거리는 설레임을 느끼기가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는 여행 내내 두근거림과 설레임는 기분이 멈추질 않더군요. 워낙 나라 자체에 대한 정보도 적었을 뿐더라 준비도 많이 하지 않은 상태에서 (덕분에) 언제 어디서 멋진 풍경이 나타날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철저히 준비를 해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아도 매력적인 나라 아이슬란드. 이번 연재를 통해 많은 분들이 아이슬란드를 알고 또 그 매력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글솜씨보다는 사진 솜씨가 조금 나은 것 같으니 글은 대충 보시되 사진은 꼼꼼하게 보며 아이슬란드의 분위기를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작해볼까요?



예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한국에서 아이슬란드로 바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덕분에 우리는 항상 경유지로만 가던 헬싱키 구경을 할 수 있었고 1박 2일의 짧은 스톱오버를 즐기고 헬싱키 반타공항에서 아이슬란드 케플라비크 공항으로 향했다.


인천에서 헬싱키까지는 핀에어를 이용했고, 헬싱키에서 케플라비크까지는 아이슬란드 에어를 이용했다. 이건 뭔 듣보잡 항공회사지? 라는 무식한 생각으로 기대반 의심반 하며 탑승했는데 이륙 시 엔진소리가 무척이나 시끄러웠던 것을 제외하면 3시간 반의 비행시간 내내 굉장히 순항에 순항을 거듭했다. 더군다나 LCC치고는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비행시간 내내 지루할 새 없이 보낼 수 있었다.


목적지에 다다른 비행기는 창밖을 통해 내가 여행할 곳의 모습을 하늘에서 먼저 보여준다. 하늘에서 여행지를 내려다보았을 때 아이슬란드 만큼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로 설레었던 곳은 없었다. 어쩌면 황량해 보일 수 있는 갈색 대지와 그 위를 뒤덮은 만년설을 보았을때의 감정이란..



왠지 비행기 엔진이 상당히 귀엽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만년설이 경사를 타고 내려와 호수를 이루고 그게 바다로 이어지고 있다. 호수?의 색이..벌써부터 이번 여행이 엄청나게 멋지리란 것을 예고하고 있다. 구름 위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산. 천공의 성 라퓨타의 한 장면을 보는 느낌 영엄하고 신비롭고 성스러운 느낌이다. 


하지만 땅에 가까워질수록 날씨가 좋지 않다는 것이 확인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회색빛 하늘과 거센 바람이 우릴 맞이해주었다. "어서와, 아이슬란드 바람은 처음이지?"


우리를 아이슬란드까지 무사히 데려다준 아이슬란드 에어의 비행기. 나름 롤스로이스 엔진을 달고 있는 녀석이다. 바람과 사투하느라 사진에 담진 못했지만 비행기에서 내리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비행기에서 땅으로 향하는 계단을 밟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아..여기가 진짜 아이슬란드구나' 라고 생각될정도로 보통 보던 풍경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으니..



반타공항에서 입/출국 수속을 마쳤다면 아이슬란드에 입국할 때엔 따로 입국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이게 상당히 편하다.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고 나오는길에 이런 면세점 비슷한 곳이 있다. 상당히 커다란 규모인데 여기선 꼭 사야할 게 있다.


바로 맥주. 


이상하게 아이슬란드 내에서는 5도 이상의 솔을 구경하기가 힘들다. 아내가 인터넷에서 봤다고..여기서 맥주를 사야한다고 했을때 반신반의했는데 실제로 아이슬란드를 열흘 돌아다니면서 상점에서 5도 이상의 맥주를 파는 걸 본적이 없다. 많이 쟁여놓자. 가능한 많이. 상점이 엄청나게 커서 계산대도 많다.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아서 원하는 걸 재빠르게 구매하고 빠져나올 수 있었다.



양 손 가득 캐리어와 식량을 보충하고 드디어 밖으로 빠져나오려는 우리의 모습이 거울에 비친다. 비행기가 착륙하는 순간과, 입국 게이트를 빠져나가는 순간이 여행에서 가장 두근거리고 설레는 순간이다. 무사하게 도착했으며 재미나게 즐기면 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드디오 공항 밖으로 나왔다. 엄청나게 많은 인파들로 북적이고 있다. 왜 그런가 봤더니 대부분 렌트카 업체 직원을 기다리는 사람과 고객을 픽업하러 온 렌트카 직원이었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하면 꼭 해야하는 것이 3가지가 있는데 아래와 같다.


1) 환전

2) 자동차 빌리기

3) 심카드 구매하기


이 중에서 환전은..이미 헬싱키 반타공항에서 했으니 패스하고..자동차 빌리기의 경우..아이슬란드는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아서 대부분 자동차를 렌트하는데 (물론 투어버스가 잘 되어 있긴 하다) 공항 출국장을 빠져나오면 렌트카 업체에서 나온 직원이 해당 고객 이름이 써진 종이를 들고 마중나와 있다. 내 이름이 써진 종이를 보면 가서 말을 걸면 된다.


처음에 이것도 모르고 라군렌터카 업체 사무소를 공항 안에서 찾고..밖에 있나 공항 밖을 둘러보았는데..어리석은 짓이었다. 라군렌터카 사무소는 공항에서 차로 대략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때문에 렌터카 업체 직원이 사무실에서 공항까지 차를 몰고 온 뒤 공항에서 기다리는 고객을 차에 태워 사무실까지 데려다준다.



대부분의 가격 싼 렌터카 업체가 이런 식으로 운영한다. AVIS 허츠 등 글로벌 업체는 공항 건물 안에 사무실이 있어서 편하게 빌릴 수 있는데 대신 가격이 비싸다. 상당히. 우린 라군렌터카(LAGOON) 업체에서 차를 빌렸는데 10시에 공항에서 픽업하기로 예약했는데 10시가 되어도 내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든 사람을 볼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아내가 업체에 전화를 했더니 방금 막 떠나서 이제 곧 도착할거라고.. 


20분 정도 기다렸나..드디어 라군렌터카에서 온 직원을 만났고 우리는 그의 뒤를 따라 공항 건물 밖으로 나갔다. 라군렌터카에서 차를 빌린다면..공항에서 약간의 기다림은 필수..비정상회담 니콜라스를 닮은 외모의 거대한 아이슬란드인이 우리를 라군렌터카 사무소로 데려다주었다.



승합차에 실려 10분 정도 달리자 렌터카 사무소가 나왔다. 여기가 바로 불과 얼음의 나라입니꽈!!! 하지만 지금까진 조금 평범한 풍경이었다. 허허벌판에 덩그라니 놓여진 렌터카 하우스..건물 앞에는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들이 주인의 간택을 기다리고 있다. 


렌터카 사무실 안은 생각보단 썰렁했다. 사진에 보이는 여직원은 한국에서 온 우리를 보고 꽃청춘을 언급했다. 어느날 갑자기 한국인 관광객들이 자기들 사무실을 많이 찾아서 이유가 뭔가 하고 살펴봤더니 바로 그 TV 프로그램의 영향이었다고.


우리는 여기서 10일 간 2,800km를 달리고 우리의 발이 되어준 소중한 녀석과의 첫 만남을 갖았다. 르노에서 출시한 SUV 카자르 2016년 형 수동 4륜 색상때문인가.아내는 "응차"라는 별칭을 붙여주었다 (...)


자동차를 렌트할 때도 많은 고민이 뒤따랐다. 세단을 고를까 SUV를 고를까 2륜을 고를까 4륜을 고를까 수동으로 할까 자동으로 할까..여행을 다녀와보니 링로드만 여행할거면 작은 2륜 세단으로도 충분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내가 SUV를 좋아하기도 했고 나도 "만에 하나 험한 지형을 만났을 때 2륜 세단으로 가지 못하면 평생 후회할까봐" 과감히 4륜 SUV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정말로 신의 한 수가 되어  작은 2륜 세단이 주지 못하는 잊지못할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그리고 수동운전을 할 줄 알았기 때문에 운전 재미와 저렴한 가격, 폭 넓은 차량 선택권을 고려하여 미션은 수동으로 선택했다. 보험의 경우 다른 사람들처럼 풀커버를 들었지만여행 내내 화산재는 본적도 없고...자갈 같은건 몇 번 튀긴 했는데 차에 상처 하나 주지 못했다. 그래서 몇 개는 빼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결과론이고.. 보험을 들어두면 정신건강에 이롭다.


그런데..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사태가 발생했으니..후진기어를 넣는 법을 몰랐던 것..우리나라로 치면 5단 수동미션에 R은 맨 우측 뒤로 꽂아넣는데 르노 카자르는 6단 미션이다 보니 그 자리에 그냥 6단이 들어가 있었다ㄷㄷ 그러면 후진은 어떻게? 


어쩔 수 없이 급한대로 가기로 했던 쇼핑몰까지 직진으로만(ㅋㅋ) 달려서 주차해둔 뒤 조수석 포켓에서 매뉴얼을 꺼내어 후단기어 넣는 법을 터득했다. 기어봉에 달린 레버를 위로 당겨서 1단을 넣으면 후진이 되더라..

자세한건 아이슬란드 자동차 편에서..다시 다루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해야하는게 심카드 빌리기인데..아이슬란드도 데이터로밍 무제한 가능 국가이긴 하지만 여행기간이 10일이나 되기 때문에 하루 만 원 상품을 쓰기엔 통신비 부담이 되니 Prepaid SIM을 이용하기로 했다. 심카드를 쓰면 2,300크루나에 데이터 ONLY로 5기가 쓸 수 있는데 10일 내내 구글맵 연결해서 네비게이션으로 써도 데이터가 남았다.


공항에서도 Prepaid SIM을 구할 수 있지만 종류도 많고 사람도 많고 바글거려서 패스했고 케플라비크 공항에서 가까운 대형 쇼핑몰 Smáralind에서 식료품과 함께 조달하기로 했다. 케플라비크 공항에서 차로 40분 정도 가면 된다. 레이캬비크와도 가까워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항에서 레이캬비크로 가며 들르는 곳이다.



가게 안에는 아이슬란드 전역 어디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프렌차이즈 음식점들이 보인다. 쇼핑몰 규모가 생각보다 거대했다. 앞으로 아이슬란드에서 이정도 규모의 시설을 만나보기 힘드니 지금 실컷 구경해두고 사고싶은 것도 마음껏 사두는 것이 좋다 ㅋㅋ로비에서 지하로 한 층 내려가면 통신사 가게들이 보인다. 그 중 아무곳에나 가서 심카드를 구입하자. 공항보다 사람도 없고 직원들도 친절하다.



손쉽게 심카드를 개통하고 우리는 식료품을 조달하기 위해 hagkaup로 향했다.  아이슬란드의 이마트 정도 되려나..(하지만 이마트처럼 나라 전역에 있지는 않지~) 역시 아이슬란드에서 보기 힘든 규모의 몰이다. 필요한게 있으면 여기서 다 사도록하자.


옷도 있고..과일도 있고 그냥 우리가 생각하는 대형마트 그대로. 사실 아이슬란드의 과일은 맛이 없었다. 뭔가 과일은 뜨거운 햇볕 아래 자라야 당도 높고 맛도 있는 법인가보다. 


우리가 여행한 6월 초..유로 2016을 앞두고 있던 터라 각종 이벤트가 많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아이슬란드가 한창 흥했던 6월 중순 여행을 갔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다는..앞으로의 여행기에서 이정도 규모의 마트 사진은 다시는 안나옵니다..


지금 많이 구경하세요..



대략의 물 등을 구입하고..마트 근처에 있는 피자가게에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기로 했다. 아..아이슬란드의 아름다운 물가..샐러드바도 있었지만 아름다운 가격에 엄두도 내지 못했던..드디어 나온 피자와 빵. 오븐에 구워서 준다. 맛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짭쪼름했다. 아이슬란드에서 먹었던 음식들이 대부분 좀 짰던..



음식도 구했고 데이터도 구했고 후진 방법도 알았겠다 본격적으로 링로드 운전 시작! 이라지만 조수석에서 사진을 찍은 아내님은 포커스 맞추는 법을 잃어버리셨다. 대부분 케플라비크 공항에서 레이캬비크로 향하지만..우리는 아내의 이상한 취향에 따라 수도를 맨 마지막 일정에 넣었고 바로 골든서클로 향했다.



날씨가 잔뜩 흐려 마치 우울한 영화속 한장면 같지만..자동차를 달리며 처음 마주한 아이슬란드 풍경이 이랬다.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대지..도대체 사진에서 본 그 멋진 풍경들은 어디에 숨었단 말인가..? 처음에는 이 '링로드'라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타국에서 운전을 해 본 경험은 오키나와가 유일했고 오키나와의 도로 풍경은 우리나라의 그것과 많이 닮아있었으니까.


하지만 아이슬란드의 도로 풍경은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표지판도 없어, 도로도 대충..난간도 없고..황량한 들판 위에 심플한 2차선 도로가 떡하니 놓여있다. 아무리 달리고 달려도 도로는 이질감이 적다. 자연속에 최소한 눈에 띄려 노력한 모습이 보인다.


링로드를 따라 운전하다보면 도로 중간중간에 샛길이 있고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있다. 피곤하면 쉬었다 가고 졸리면 자고가고 배고프면 먹고갈 수 있는 휴게소 개념이다. 우리나라 고속도로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쿵짝쿵짝 휴게소는 없다. 있다면, 자연 경관을 많이 헤쳤겠지 대부분 이런 곳은 주변 풍경이 좋은 경우가 많다. 시간에 여유가 있으면 꼭 들렀다 가자.  링로드에 대해서는 시간이 허락하면 나중에 따로 다뤄보겠다.


바닥색과 어우러진 우리의 응차. 아직은 말끔하구나..하지만 너는 몇 일 뒤..//



조금씩 드러나는 황홀한 풍경..나중에 보게 될 더욱 멋진 풍경을 모른채 우리는 지금 이정도로도 환호성을 질렀다. 유럽 어디서도 보기 힘든 풍경에 기뻐하며 하늘로 점프. 아까도 말했지만 이런 곳엔 다른 사람들도 많이 멈춰서 주변을 구경한다. 우리 뒤쪽으로는 예쁜 호수가 펼쳐져있다.


어렵게 첫 발을 땐 아이슬란드 여행기. 오늘 본 사진과는 비교도 안되는 멋진 풍경과 여행기가 앞으로도 펼쳐지니 기대하시길..!!


Word by Lainy

http://lainydays.tistory.com






매거진의 이전글 살아숨쉬는 지구를 목격하라, 게이시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