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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ny Oct 03. 2019

누구나 한 번은 여행자가 된다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두 번 갈 수 없는 여행지, 인생


여행을 처음 맞닥드릴때마다 막막함이 몰려온다.


거대한 벽이 눈앞에 쿵~하고 떨어져 벽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잔뜩 어질러진 방 앞에 서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고 숨을 쉬고 싶은데 어디선가 악취가 섞여 나오고 가슴이 꽉 막혀 크게 호흡을 담기 힘든 상황과 같은. 일정이 길수록, 이동거리가 멀수록, 방문하는 도시나 장소가 많을수록 더더욱 그렇다. 


천천히 준비를 하며 눈앞에 펼쳐진 불확실성을 차분히 제거해나간다. 해당 도시의 전체적인 판을 머릿속에 띄우고 어디에 무엇이 있고 거기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무엇이 보고 싶으며 먹고 싶은지 등을 결정해본다. 


하지만 이렇게 준비를 철저히 해도 처음 방문하는 곳인 경우, 그리고 도시의 규모가 클수록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애를 먹는다. 분명 미리 그곳을 다녀온 사람 혹은 책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찾고 확인해보았지만 말이다. 가서 겪는 시행착오도 상당하다.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며 몸소 체험하는 수밖에.


하지만 신기하게도 막상 여행을 다녀오면 갑갑했던 안개가 걷히듯 막막했던 여행지가 머릿속에 한눈에 들어온다. 이래서 인생은 실전이라고 하든가. 머릿속에 담은 지식을 실제로 몸으로 체험하고 느꼈을 때 비로소 살아있는 지식이 되고 몸에 각인되는 것 같다. 


이렇게 체험한 도시는 다음에 한 번 더 방문했을 때 준비하기 훨씬 수월하다. 어디에 무엇이 있고 어떻게 가야 하며 지난번에 본 건 넘어가고 못 본건 가보고, 좋았던 건 또 가보고. 지난번보다 훨씬 쉽고 알찬 여행이 가능하다. 이래서 인생 2 회차라는 얘기가 있는 걸까


흔히 인생을 여행에 비유한다. 인생이란 여행지가 대도시라면 그리고 처음 방문하는 곳이라면 그래서 막막할 수 있을 거다.  어디로 가야 뭐가 나오고 뭘 보려면 어떻게 가야 하는지 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가는 방법은 무엇인지 인생이란 첫 여행지를 다 돌고 나면 인생이 무엇인지 조금 더 한눈에 들어올 것 같다.


한 번만 더 가게 되면 좀 더 알차고 쉽게 인생을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여행지는 맘에 들면 한 번 더 갈 수(도) 있지만 인생은 그럴 수 없다. 그래서 인생이 더욱 소중한 것 같다. 다음에 또 갈 수(도) 있는 여행지를 갈 때와 처음이자 마지막인 여행지를 갈 때의 마음가짐은 분명 다를 테니까.


인생이 여행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여행자가 된다. 굳이 해외로 혹은 국내로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어도 인생이란 내 의지와 상관없는 여행지를 한 번은 가게 되니까.



words by la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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