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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크킴 Lake Kim Apr 25. 2019

직장에서 숨쉬기

사무실에만 앉아 있으면 숨 쉬기가 힘들어진다. 가슴을 부풀려 숨을 들이마셔도 내 몸은 충분한 만큼의 산소를 품지 못 한다. 건강염려증이 있는 나는 열심히 작업 중이던 엑셀 창을 내려놓고 슬며시 인터넷을 켜 '호흡곤란', '과호흡증후군' 같은 것들을 검색해본다. 맨 위에 뜬 블로그 글을 클릭해서 들어가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외국인들의 사진 사이로 각종 증세가 나열되어 있다. 하나씩 나의 상태와 대조해보며 자가진단을 시작한다. 약 1분 정도의 마음 속 자가진단이 끝나면 내려놓았던 엑셀창을 다시 띄우고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표정으로 업무를 본다. 이번 주말에는 병원에 가야겠구나, 여차하면 병가나 병휴직을 써야겠구나 생각하며 남은 시간동안 힘들게나마 가슴을 부풀리며 숨을 쉰다. 그렇게 퇴근 시간이 되고 컴퓨터를 끄고 사무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탄다. 지하주차장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주차장에서 얌전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차로 걸어간다. 이제 시동을 걸고 기어를 바꾸고 라이트를 켜고 주차장을 빙빙 돌아 빠져나오면, 갑자기 숨이 잘 쉬어진다!


 지난 번에는 이런 적도 있다. 갑자기 왼쪽 눈에 꼈던 렌즈 때문에 눈에 이물감이 들고 시리도록 아팠다. 안 되겠다 싶어 안과에 가기 위해 외출을 달았다. 그런데 건물 밖으로 나오자 마자 제대로 뜨지도 못 할 것 같았던 눈이 언제 그랬냐는듯 멀쩡해졌다! 그래도 안과를 가겠다고 나왔으니 검진도 받을 겸 안과를 들러 사무실에서 느꼈던 증상에 대한 상담을 받았다. 결과는 민망했다. 렌즈도 눈도 멀쩡했다. 먼지가 들어갔던 걸까? 결국 나는 그 날 인공눈물 한 박스만 처방 받고 끝났던가.


  사무실에서 나는 한없이 허약해진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을 매 순간 느낀다. 엄마는 내가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렇다고, 앞으로 10년 20년 익숙해지면 더 이상 이런 일은 없을 거라고 한다. 나는 그 말에 또 숨이 턱 막힌다. 10년, 20년... 그 시간이 지나면 나는 정말 괜찮아질까? 답답한 호흡에 익숙해지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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