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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크킴 Lake Kim May 16. 2019

니체, 그리고 <공각기동대>

 - Ghost in the Shell -






니체의 사상을  일본만화 원작의 영화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과 비교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공각기동대> 속의 미래사회에서는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무너졌다. 인공적인 눈을 달아 적외선투시를 할 수도 있고, 인공적인 간으로 교체해 걱정없이 술을 마실 수도 있다. 이렇게 몸의 일부를 인공적으로 바꾸는 것을 '의체화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신체를 의체화하여 살고 있다. 그러나 영화의 주인공이자 '한카 로보틱스'에서 소령의 직책을 맡고 있는 '미라'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온 몸이 로봇으로 바뀐, 영화의 부제인 Ghost in the Shell(영혼이 껍데기 안에 들어있다.)이 말하듯 오직 정신만이 자신의 것인 존재다. 그녀는 '한카 로보틱스'에서 범죄테러 집단을 저지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미라는 한카 로보틱스가 평범한 인간이었던 자신을 납치해 신체를 개조하고 기억을 모두 조작해 이용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사실은 그녀를 지탱해 온 소령으로서의 책임감과 의무감, 그리고 그동안의 삶에 혼란을 가져온다. 그럼에도 미라는 스스로의 존재를 져버리지 않고 혼란의 한 가운데로 담담히 나아간다. 




미라의 삶은 니체의 이론과 너무나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니체는 저 세상에서의 삶을 위해 현재의 삶을 포기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기독교를 노예의 종교라고 일컬었다. 미라 역시 한카 로보틱스의 임무를 위해 본래 자신의 삶과 그 기억이 지워진 삶을 살았다. 그야말로 노예의 삶인 것이다. 이제 미라에게 찾아오는 것은 허무, 니체가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존재로서 대표되는 신에게 죽음을 선고함과 동시에 신이 죽은 시대를 칭한 바로 그 니힐리즘이다. 지금까지 절대적이었던 가치는 허위가 되고 새로운 가치는 아직 등장하지 않은 이 때,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소극적 허무주의와 적극적 허무주의다. 소극적 허무주의는 니힐의 현실을 직시할 것을 회피하고 찰나적인 향락이나 무관심한 이기주의 등으로 삶의 공허감을 채워보려는 것이다. 반면 적극적 허무주의는 <공각기동대>의 미라가 진실을 깨닫고도 포기하지 않았듯 니힐의 병근 한가운데로 진입하여 허무의 현실을 초극하려는 것이다. 니체는 바로 이 적극적 허무주의를 통해서만 새로운 가치를 자유로이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싹튼다고 보았다. 



다음으로 주인도덕노예도덕에 대해 살펴보자. <공각기동대>에서는 미라와 대비되는 쿠제라는 인물이 나온다. 미라처럼 정신은 인간의 것이고 몸은 로봇인 존재이지만 쿠제는 한카 로보틱스가 평범한 시민이었던 자신들을 납치해 동의 없는 실험을 진행한 후 실험이 실패하자 무책임하게 방기한데에 대한 복수감과 원한에 휩싸여 복수만을 위한 삶을 산다. 미라가 과거의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여 나아가는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우리는 이런 미라에게서는 주인도덕을 쿠제에서는 노예도덕을 찾을 수 있다.



더 나아가 미라는 위버맨쉬의 표상이기도 하다. 끊임없는 자기극복과 의지를 넘어 미라는 결국 자신의 몸을 망가뜨리면서까지 쿠제를 죽이려는 탱크에 대항하는데, 이는 니체가 '천재는 자신의 발산되는 힘의 압도적인 압력으로 인해 자기 보존 본능조차 풀어지고 전력을 다하여 필연적으로 낭비하는 자'라고 말 한 부분과 맥락을 같이 한다. 끝까지 자기를 옥죄려는 부조리에 맞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미라의 의지는 한카 로보틱스가 자신을 조작했던 사실에서 찾아온 허무까지도 극복하여 새로운 삶의 가치를 창조해낸다. 



한편으로 니체는 루카치로부터 ‘열등한 종에 대한 학살을 정당화하는 제국주의적 착취’라는 말을들었듯 강자,주인, 귀족, 지배자를 위한 철학을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니체는 태생적, 우생학적 결정론이나 파시즘을 주장한 것이 아니다. 한 때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것만이 주된 목표였던 미라도 자기 스스로의 가치를 설정하고 스스로 선과 악을 판단하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과 긍지로 새롭게 탈바꿈했듯이, 우리는 인간이기에 누구나 충만하다가도 부족해지고 부족하다가도 충만해질 수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의 머릿속을 맴돌던 질문, ‘미라를 과연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도 여기서 나온다



마지막으로 삶의 최고가치가 상실된 상태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니체의 질문에 미라는 이렇게 답한다.      “나를 결정하는 건 과거의 기억이 아닌 앞으로의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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