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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크킴 Lake Kim Dec 16. 2019

제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궁금할 때도 됐는데 말이죠!

빌리 아일리시의 인터뷰를 보고...



“인터뷰를 할 때는 나에 대해서만 말하고 상대방에 대해서는 묻지 않도록 훈련받죠. 가끔은 대화 중에 마치 인터뷰를 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대화를 멈추기도 해요.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게 아니잖아.’라는 생각이 들 때 대화를 멈추는 거예요. 그리고 몇몇 연예인들은 아직도 이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여전히 인터뷰를 하듯이 대화를 하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조차 인터뷰를 하는 것처럼 말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 이야기를 하곤 해요. 결코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죠.“
- 빌리 아일리시 vanity fair 인터뷰 중


Ocean Eyes, Bellyache 등의 노래로 이름을 알리고 지금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핫한 가수가 된 빌리 아일리시가 인터뷰 도중 한 말이다. 그녀는 <요즘 가장 애쓰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위와 같이 대답했다. 인터뷰하듯이 대화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상대와 오고가는 소통을 하려 한다고.


채용을 전제로 한 면접을 제외하고는 인터뷰를 받아본 적 없는 일반인 A의 입장에서 빌리 아일리시의 말은 충격적이면서도 부러웠다. 항상 관심과 물음의 대상이 되는 연예인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사실 우리도 어렸을 적 한 번은 ‘무릎팍도사’나 ‘힐링캠프’와 같은 토크쇼에 출연해서 진행자의 질문에 대답해보는 상상을 해본 적 있지 않은가. 언젠가 텔레비전에 나올 만큼 유명한 사람이 되어 이러이러한 질문을 받으면 내 인생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지 하는 상상, 내 인생에 가장 다이내믹한 순간은 언제였고 가장 암울했던 순간은 언제였고 하며 인터뷰용으로 삶을 정리해 본 경험, 솔직히 화장실에 앉아서라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그런 상상이 현실이고 직업인 연예인이라면 마치 직업병처럼 타인에 대해 질문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자신에 대해서만 서술하게 되는 게 이상하지만은 않은 일일 것이다. 빌리 아일리시의 말을 듣고 ‘인터뷰식으로 대화하는 사람’이라는 개념을 처음 의식하게 됐는데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도 자기 얘기만 하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누구도 나를 비롯한 여러 일반인 A에게 그런 인터뷰를 요청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조금 슬프게 다가왔다. 내가 하는 일이라고 해봤자 컴퓨터로 엑셀을 켜고 이런 저런 문서를 처리하는 것뿐이라 <이 문서에 내포된 의미가 뭔가요?>, <이 서류를 작성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죠?>라는 질문따위는 몇 십년을 일해도 들을 일이 없을 것이다. 듣게 된다 해도 그건 결코 좋은 의도로 묻는 질문이 아닐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내가 예술쪽에서 일했다면 처지가 좀 달라졌을까? 어찌됐든 그만큼 나는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일로 인해 내 삶의 가치와 같은 진짜 중요한 문제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자꾸만 잃어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무릎팍도사’에 출연하는 유치한 상상을 다시 시작해서 억지로라도 삶을 정리해봐야 할까. 아니, 요즘 대세인 토크쇼가 뭐가 있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화배우들이 뉴스에 나와 영화를 홍보하던데 뉴스는 조금 부담스럽지 않나, 예능 체질은 아닌데 억지로 예능에 나가야 하나.


솔직해져보자. 사실 일반인 A들인 우리도 어느정도는 연예인처럼 자신의 중요한 부분, 가치관이나 신념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지 않은가. 상대와 트러블이 생길까봐 일부러 말하지 않기도 하고 괜히 나의 생각이 부정당할까봐 말할 용기를 내지 못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적당한 상황이 되면 우리는 모두 스스로에 대해 말하고 싶어한다. 마치 인터뷰를 하는 연예인처럼 말이다.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다는 것도,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도, 나같은 사람이 글을 쓰는 것도, 진지한 이야기가 오가는 모임이 계속 생겨나는 것도, 자기 삶을 보여주고 생각을 표현하는 유튜브 채널이 인기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도 다 좋은데 그냥 일상 생활에서 서로에 대해 조금 더 궁금해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더 듣고자 하고, 내가 들은 만큼 이야기 하고 내가 이야기한 만큼 들어주면 그게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이제는 서로에 대해 궁금할 때도 됐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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