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단 하루의 날갯짓

by 레이크킴 Lake Kim

부석사에 다녀오고 시간이 남아 영주의 토박이 서점 ‘대한서점’을 찾았다. 오래 된 서점이라길래 규모는 있되 허름한 모습을 상상했는데 생각보다 규모는 작고 외관은 깔끔했다. 나는 간만에 민음사 시리즈 중 하나를 읽어볼까 하고 들어갔지만 다른 서점과 다르게 민음사 시리즈가 쫙 나열된 서가가 없었다. 슬프게도 서점의 반 정도는 수험서에 잠식당했고 나머지 두 세개의 책장에 국내소설, 추리소설, 자기계발서 등이 꽂혀있었다. 이 책장은 서점 사장님이 고개를 들면 바로 보이는 곳에 있어서 여유롭게 이 책 저 책 펴보지는 못 하고 나 혼자 괜히 눈치를 보며 책을 골랐다. 최근 히가시노 게이고의 ‘11문자 살인사건’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번에도 같은 작가의 책을 읽어볼까 고민하던 차에 옆에서 책을 고르던 학생들의 대화가 들렸다.

“내가 찾는 책이 없어. 비슷한 책은 있는데 내 꿈이랑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것 같아.”

꿈. 꿈이라는 단어를 소리내어 말하는 사람을 본 게 얼마만이던가. 나는 어떤 책에 시선이 머문 척 가만히 서서 사색에 잠겼다.






서점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공허한 십자가’를 한 권 사들고 바로 맞은 편에 보이는 카페에 들어갔다. 하루밖에 살지 못 하는 날개 달린 생명처럼 아늑하게 공간을 채운 노란 불빛에 끌렸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자 노란 불빛 때문에 눈이 아파왔다. 창 밖을 보며 눈을 쉬게 하려 했지만 바깥으로는 이미 어둠이 퍼져 시선을 둘 곳이 없었다. 그래도 꾸역꾸역 책을 읽었다. 복잡한 인물관계를 머릿속에 넣고 상황을 상상해가며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의 감각을 차단할 때까지 몰입해서 읽었다. 그러자 귓가에 거슬리던 음악이 어느샌가 들리지 않았다. ‘내가 이 정도로 몰입해서 읽고 있었다니!’ 하며 납작한 책에 파묻었던 고개를 들어보니, 사장님이 음악을 끈 거였다. 허허


그나저나 하루살이는 단 하루를 살며 몇 번의 날갯짓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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