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누구나 상실의 시대를 살아간다

<노르웨이의 숲> - 무라카미 하루키

by Lakoon
"자신을 동정하지 마. 자신을 동정하는 건 저속한 인간이나 하는 짓이야." (p.469)
와타나베는 우연히 비행기에서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을 듣고 눈물을 쏟는다. 그 노래는 그의 첫 사랑이 좋아하던 노래였다. 시간이 흘러도 무뎌지지 않는 아픔. 와타나베는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
"나를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내가 존재하고 이렇게 네 곁에 있었다는 걸 언제까지나 기억해 줄래?" (p.22)


내가 어린 시절, 엄마는 가요 무대나 7080을 보면서 "오래된 노래를 들으면 그 시절이 생각이 나."라고 말하곤 했다. 그때는 잘 몰랐다. 이제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아는 나이가 됐다. 그 시절이 생각나는 노래들이 나에게도 생겼다는 뜻이다.


지금 이야기하고 싶은 노래는 (와타나베처럼 눈물을 쏟지는 않지만..) 못지않은 슬픔을 느끼는 곡이다.


어떤 노래는 시절이 아니라 사람이 생각난다. 나에게 이를테면, '부활'의 <사랑> 같은 곡. 이 노래를 들으면 JK가 떠오른다. 나의 고등학교 동창인 그는 복학생이었고 우리 학년에서는 형이라 불렸다. 그의 사정은 물어보지 않았지만 우리가 입학하기 1년 전, 자퇴 후 우리와 함께 재입학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 봤던 그의 이미지는 <일그러진 우리들의 영웅>에 나오는 엄석대 같은 느낌이었다. 우락부락하고 확실히 형 같아 보이는 얼굴. 그렇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알게 된 그는 재밌고 따뜻한 그런 친구 같은 형이었다.


졸업 후 시간이 흐르고 언젠가, 아마 따스한 봄날. PC 채팅창에서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형, 잘 지내요?"

"그럼. 지금 첫 휴가 나왔다. 너도 빨리 군대 가라. 맞선임이 한 살 어린놈인데 동생한테 지시받는 게 기분 좋은 건 아니야 ㅎㅎ. 그래도 어쩌겠냐 늦게 온 잘못이지. 군대는 무조건 빨리 가는 게 좋아."

"알았어요, 형. 휴가 재밌게 보내고 다음에 만나요."

그게 마지막이었다.


한 달 뒤, JK형은 죽었다.


부대 내 훈련 중 장갑차 전복 사고였다고 한다. 사고의 유일한 사망자는 형이었다.



몇 년간은 그의 미니홈피를 들어가 사진들을 살펴보곤 했다. 홈피에서는 늘 부활의 <사랑>이 흘러나왔다.


알 수 없는 그 어느 날에
그리움이 다가오고
돌아가려 해 보면 이미 멀어져 가는
슬픈 얘기가 만들어지고

고마워요 내 마음속에
그토록 오랫동안 살아와줘서
지쳐가던 시간에 그대를 생각하면서
내가 일어설 수 있게 해 준 그대

<사랑> - 부활 가사 중에서


"날 잊지 마." "안 잊을 거예요, 언제까지나." (p.566)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미래는 정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