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철학의 밤 산책 – 한 그루의 밤 ep.7
우리는 언제 사람다워질까요?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때?
아니면 타인의 기대에 부응했을 때?
살다 보면 그런 질문이 자꾸만 생깁니다.
어느 날은 “내가 사람답게 살고 있는 걸까?” 생각이 들만큼 초라하게 느껴지고,
어느 순간엔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을 만큼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죠.
아무것도 이룬 것 없고, 누군가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날들에도
우리는 그저, ‘사람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버텨냅니다.
존재만으로도 괜찮다고,
설명 없이, 조건 없이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면서요.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성취나 능력이 아니라 관계의 방식에서 찾았습니다.
그는 『나와 너』에서 인간이 진정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타인을 '너'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합니다.
“인간은 그가 ‘너’라고 부르는 존재를 통해 비로소 인간이 된다.”
– 마르틴 부버
이 말은 곧,
내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바라보고,
그 존재 자체를 존중하는 순간—
그때 비로소 나 자신도 사람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건
그가 어떤 자리에 있는가가 아니라,
누구와 어떤 만남을 나누었는가,
그리고 누군가에게 ‘너’로 불렸던 순간이 있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그 기억 하나, 그 관계 하나가
우리를 인간답게 빚어내죠.
문학가 레이먼드 카버는
삶의 가장 조용한 구석에서 무너진 사람들을 그렸습니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작품 속 인물들은
삶에 서툴고, 사랑에 미숙하며, 말조차 제대로 잇지 못하는 사람들로 나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럽게 서로를 마주하려 합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부서진 채로도 누군가에게 닿고 싶어합니다.
사랑에 대해 말한다는 건,
곧 ‘나는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죠.
서툴게 말을 꺼내고,
어떤 기억은 꺼내다 울고,
어떤 고백은 상대에게 닿지 않아도,
그 과정 자체가 사람다움의 증거일 수 있습니다.
카버는 말합니다.
우리는 때로 고요한 방 안에 모여,
부서진 채로 서로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침묵과 고백 사이에서
“그래도 나도 누군가에게 닿고 싶다”는
가장 인간적인 마음이 피어납니다.
우리는 누구나 어딘가에서 조금씩 무너진 채 살아갑니다.
실수하고, 질투하고, 혼자 울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누군가의 손을 잡고 싶어하고,
다시 사랑하려 애쓰는 그 마음이
우리를 다시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이 세상이 아무리 속도와 성과로 돌아간다 해도,
한 사람의 눈을 바라보는 일만큼은
아직도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요?
부버는 말합니다.
“모든 진정한 삶은 만남에서 시작된다.”
오늘, 누군가를 ‘너’라고 불러본 적 있나요?
그 사람이 내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 존재 자체로 마주한 적.
혹은,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불러준 기억이 있나요?
그 짧은 한 마디,
그 따뜻한 시선이
우리를 다시 사람답게 만들어줍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그 ‘너’였기를.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
조용한 ‘너’가 되어주었기를 바랍니다.
다음 밤에도, 함께 걸어요.
– 한 그루의 밤, 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