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빵이 다시 열풍을 이끌었다. 포켓몬빵 품귀 현장이 일어나고, SPC삼립 주식이 오르고, 희귀한 띠부띠부씰 중고거래는 5만 원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드라마에서는 옛날 스티커 빵 모으기 이야기가 나왔고, 남편은 포켓 빵을 사기 위해 양재역에서부터 집까지 걸어오는 길에 수많은 슈퍼와 편의점을 포켓몬 빵을 사기 위해 뒤졌다.
나는 스티커 성애자지만, 빵에 들어있는 스티커에는 관심이 없었다. 옛날 과자 안에도 스티커가 들어있었다. 내가 좋아하던 '치토스'에도 스티커가 들어있었다.
나도 편의점 갈 일이 있으면, 남편을 위해 '포켓몬빵'의 여부를 물어보고는 하는데, 어김없이 없을 때가 많았다.
"포켓몬빵 있어요?"
포켓몬빵을 들고서
라고 물어보면 아줌마가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웃는다.
"??"
있다는 건지 없다는 건지 알 수 없는 오묘한 그 웃음이 뭔가 사람을 찜찜하게 만든다.
"포켓몬빵 없죠?"
다시 재차 물어도 웃을 뿐이다. 3번이나 묻고 나서야 없다고 한다. 왜일까.
포켓몬빵이 화제라고 했다. 옛날 핑클 빵이 있던 시절을 살았던 나는 그 시절에도 빵을 사지 않았다. 클럽 에쵸티였던 나는 음료수는 몇 번 먹어봤다. 친구 아버지가 제조사에 다녀서.
남편은 양재역에서부터 경기도에 사는 우리 집까지 걸어오면서 샅샅이 편의점과 가게를 뒤졌다. 몇십 군데를 몇 시간이 넘게 뒤져서 겨우 1개를 살 수 있었다고 했다.
돈이 있어도 못 사는 게 있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그것도 그 가게 주인아주머니가 1인당 1개 판매가 원칙이라 마지막 하나 남은 빵이었다고 했다.
남편의 포켓몬빵을 찾아다닌 여정은 생각보다 길어졌다. 그런데 주변의 띠부띠부씰의 증명은 계속 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인스타에서 띠부띠부씰 북을 발견하였다.
출처: 친구 인스타그램 (불펌금지)
나는 친구의 이벤트 당첨으로 받은 포켓몬빵 띠부띠부씰 북을 보면서 갑자기 포켓몬빵에 대한 열의가 남들보다 뒤늦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첫 포켓몬빵을 만났다!
처음으로 내 손으로 사본 포켓몬빵
동네 편의점에는 밤 9시가 넘어서 빵이 들어오곤 하는데, 그때마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우르르 지나간 다음에 꼭 편의점에 들어가 보게 되었다.
편의점 앞에 붙은 "포켓몬빵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무성하게 빵 쪽을 어슬렁 거리고 있자, 주인아주머니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포켓몬빵 찾아요?"
"네!"
"처음 사요?"
"네네!"
그러자 아주머니는 포켓몬빵 하나를 꺼내 주셨다. 우와 내 손으로 처음 사보는 포켓몬 빵이었다. 처음 사보는 사람들에게 한 번씩이라도 기회를 주고 싶다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동네 편의점 아주머니의 배려로 첫 포켓몬빵을 살 수 있었다.
내 인생의 첫 포켓몬 빵. '파이리의 화르륵 핫소스 빵'
파이리의 화르륵 핫소스 빵이었다. 처음으로 내가 산 포켓몬빵은 파이리 빵이었다. 나는 어릴 적 포켓몬빵을 사본적이 없으므로 이건 내 생애 최초 '포켓몬빵'이다.
내가 좋아하던 파이리 빵을 띠부띠부씰을 모으는 남편에게 주었다. 남편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양재역에서부터 걸어오면서 뒤져서 1개 겨우 산 빵이 저번에 이거라면서 시무룩해했다.
우연히 만나게 된 포켓몬빵 2개
우연히 겟 잇 한 포켓몬빵 2개
병원을 가서 기다리면서 배가 너무 고파 가게 된 강남의 편의점에서 남편은 잘도 정리하려고 나온 박스 안의 포켓몬빵을 발견했다.
직원에게 사도 되냐고 물어본 후 두 개를 득템 했다. 정말 운이 좋았다. 그렇게 찾아다닐 때는 만나기가 힘들었는데, 김밥을 사러 갔다가 만나게 된 포켓몬빵. 애기도 갖고싶다고 할땐 안생기고 포기하면 생긴다더니 우연히 만난 포켓몬스터빵 그 맛은 정말 달콤했다.
그 이후로 아직 어떠한 포켓몬빵을 만나볼 수 없었다. 아직 띠부띠부 실은 4장밖에 모이지 않았다. 그렇게 포켓몬이 시들해지나 싶었더니, 남편은 포켓몬 마스크를 샀다.
포켓몬고 게임을 하면서 좀비처럼 폰만보고 다니고 여행을 가서도 폰을 들고 다니더니, 포켓몬빵을 모으느라 돌아다니고, 이제는 포켓몬마스크까지 쓴다.
이정도면 포켓몬빠를 형성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콘텐츠 적으로, 캐릭터적으로도 '포켓몬스터'의 엄청난 저력이 느껴진다.
포켓몬 마스크를 구입한 남편 30종 모두 다른 캐릭터가 들어있다.
포켓몬 스티커의 열풍은, 주식에서부터 유사품의 등장 그리고 포켓몬 빵 개수 알림 어플까지 등장했다. 띠부띠부씰을 띠고 붙이고 하면서 좋아하던 나이들은 지났는데, 우리는 키덜트를 지나 레트로 감성으로까지 시대를 역행하면서 이제 우리 나이 때의 추억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사람들은 힘들거나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 때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
내가 좋았던 순간을 떠올린다고 한다.
부부 사이에도 어른들이 신혼 때 많이 놀러 가라고 하는 이유들도 그때의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에게 어린 시절은 그때 그 순간이 좋은 걸 알았다. 나에게 '교복'을 입고 있는 순간이 좋음을 알았고, '친구'들이 좋았던 순간임을 알고 있었다. 나는 친구들과 만나는 게 좋아서 학교를 갔다. 얕고 넓게 사귀는 교유관계의 형태는 졸업 후 취업난이라는 힘든 순간이 오자 과자 부스러기처럼 부서져 내리고 떨어졌다.
그 이후로 결혼을 하자 계속 연락하는 친구는 진짜 몇 남지 않았다. 그중에서 만날 수 있는 친구는 손에 꼽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없다. 다시 보는 예능 프로그램도 없다.
지나간 것들에 대한 후회는 없다. (그래도 종종 어릴 적 보던 아는 만화 오프닝 송이나 엔딩송이 나오면 따라 부르 긴한다) 그래서일까 나는 크게 띠부띠부씰에 대한 미련이 없었다. 다만, 지금 나에게는 현재 유행 중인 띠부띠부씰을 나도 사보고 싶다는 열망은 있었다.
모두가 그렇게 사고 싶다던 포켓몬빵을 사자, 신기하게도 학교에서 포켓몬 송을 외우던 친구들과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신기하게도 주입식 교육이라면서 외우는 건 죽어라 싫어하던 나도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기 위해 외우던 포켓몬 송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피카츄 라이츄 파이리 꼬부기 버터풀 야도란 피존쓰 또가스 서로 생긴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친구! 맞아맞아!"
누군가에게 포켓몬 띠부띠부씰은 추억이고, 살아있는 현재이고, 모으고 싶은 열망이다. 요즘에는 드라마도 '스물다섯 스물하나' 와 '그 해 우리는' 과 같은 학교 다닐시절의 추억 팔이가 잘먹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