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한 아저씨와 마주쳤다. 차가 들어오지 못하는 인도만 있는 구간이었는데 어쩐지 느낌이 이상했다.
아저씨는 어떤 사진을 가슴에 들고 입으로 누군가를 부르듯 휘파람 같은 소리를 내었는데 눈이 굉장히 슬펐다.
나는 상여가 지나가는 것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어쩐지 그 아저씨를 지나치는데 상여가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그 아저씨와 매우 가까워져서야 들고 있던 사진이 전단지이고,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이와 강아지들은 길을 잃어버리면
무조건 앞으로만 간다고 한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일명 세나개에서 수의사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길을 잃어버린 아이와 강아지는 직진만을 하기 때문에 고속도로나 정말 어떻게 여기 있지? 하는 장소에서 발견되기도 한다고 했다. 그래서 더 찾기 힘들어서, 주인 냄새나 좋아하던 장난감 등 냄새가 묻어있는 물건들을 집 주변에 두면 냄새를 맡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나는 강아지를 키우지는 않지만, 그 순간부터 나는 길을 걷다가 주변에 보이는 혼자 있는 강아지들을 모조리 사진 찍기 시작했다.
길에서 만난 강아지 심지어 나는 개를 조금 무서워하기도 하지만, 냥집사로서 몇 초 만에 스쳐 지나간 아저씨의 눈빛이 잊히지 않았다. 목줄이 있지만 주인과 함께 있지 않으면 일단 사진을 찍어서 전단지의 사진과 비교해보았다.
예전에는 고양이를 찾는 전단지를 보고 비슷하게 생긴 고양이를 몇 번이나 찍어서 보낸 적이 있다. 다행히도 고양이를 찾았다는 문자를 받고서야 사진 찍기를 멈출 수 있었다.
어릴 적 나는 남동생을 잠시 잃어버린 적이 있다
10년 전쯤, 아빠 생신을 맞이하여 다 같이 백화점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신중하게 선물을 고르고 있던 엄마는 물건 고르기에 정신이 잠시 팔렸고, 나는 다른 브랜드의 옷을 보고 있었고, 동생은 마실 것을 찾아 떠났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 가족은 막냇동생이 없어졌음을 알아차렸다.
그런데 하필 백화점 폐점 시간이었다.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서둘러 계산을 하거나 백화점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모든 가족이 흩어져서 동생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랫소리에 묻혀서 잘 들리지 않았다.
나는 방송실을 찾았고, 미아 방송을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직원은 지금 퇴점 시간이라 노래를 틀어놔서 방송을 해줄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점점 더 초초해졌다. 내가 아직 학생이라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구나. 만약에 유괴범이라면, 유유히 이 방송 노래와 함께 내 동생 손을 잡고 떠나겠구나 하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나는 간곡하게 중간에 한 번만 방송해줄 수 없냐고 말했지만, 직원은 노래를 끊을 수 없다고 했다.
지금 와서 생각에는 더 강력하게 항의하였겠지만, 그때는 가족들이 서로 전화를 하면서 찾기만 할 뿐이었다. 아빠는 막내가 차에 갔을까 봐 지하 주차장으로 갔고, 둘째는 1층에서부터 훑어 올라오고 엄마는 위층에서부터 찾아 내려가기 시작했다. 방송을 해주지 않자 나도 뛰쳐나가 찾는 편이 더 빠르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중간층부터 찾기 시작했다.
노래가 한참이 지나 끝날 때쯤 가게들은 까만 천들을 두르며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남동생이 혹여나 어디에 숨었거나, 잠들었을까 봐 너무 불안감에 휩싸였다. 다음에 또 보자는 행복한 폐점 노래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마지막 가게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막내 동생이 다시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혼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다른 층에 갔다가 길을 잃어버린 후 다시 원래 가게로 기적적으로 온 것이었다.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마음을 잃는다는 일이기도 하다.
혹 어떤 이들은 개나 고양이가 사람과 같겠냐는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같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더 할 수도 있다.
비가 와서 젖은 그 전단지에는 아이를 찾으면 떼 가겠다고 쓰여있었지만, 내가 아저씨를 본 후 며칠이고 계속 붙어있다.
전단지를 붙인 장본인, 그러니까 강아지를 찾고 있는 아저씨를 직접 보았기 때문에 더 강렬하게 머릿속에 남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불이 꺼져가는 백화점 상점들 사이에서 동생을 찾아 헤매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삶에 있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하지만,
길을 잃었을 때는 그냥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도 좋다.
아이들이나 동물들도 그걸 알면 좋겠지만, 인간조차도, 다 큰 어른들도 헤맬 때 더 앞으로만 걸어가고 싶어 한다. 그건 어쩌면, 길을 잃어버리는 것은 어쩌면 마음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은 일이기 때문 일지도 모르겠다.
얼른, 수많은 길을 잃은 이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