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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a Sep 27. 2022

왜 아이가 있어야 하죠?

난임 일기(16) - 왜 꼭 아이가 필요하죠? 

"인생의 타이밍"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에는 타이밍이 다 있다는 그 말이 예전에는 참 싫었다. 특히 엄마가 하는 잔소리인 "공부도 때가 있다"라는 말이 참, 와닿지 않고 듣기 싫었다. 


나는 내가 결혼을 하고 싶은 타이밍에 그때에 옆에 있는 사람과 결혼을 하겠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남편과 결혼을 할 때 남편이 나에게 물은 적이 있다.


"왜 나랑 결혼을 하려고 해?" 


나는 대답했다. 


"내가 지금 결혼을 하고 싶고, 지금 네가 옆에 있으니까" 


남편은 그 대답이 참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것 같았다. 몇 번이고 물었다.


"그럼, 내가 아니어도 결혼을 했겠네?" 


"그게 중요해 지금?"


"응 나에게는 중요해" 


"나는 너랑 결혼을 하고 싶어" 


원하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남편의 질문은 끝이 났다. 그런데, 결혼 7년 차인 지금은 남편은 선배의 결혼식을 다녀와서 말한다. 


"결혼할 때에 옆에 나타나는 것도 중요해"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오랫동안 연애를 했던 그리고 우리 결혼식 앨범에는 다정하게 찍힌 커플이었던 그 선배가 한참만에 다른 사람과 결혼을 했다. 한참만에 사진으로 만나본 남편 선배의 모습은 많이 달라져있었다. 

 

나는 사실 계획적인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하고 싶은 것은 많은 사람이다. 결혼할 당시 아빠의 퇴직으로 결혼에 대한 시기성이 있었지만, 내 마음적으로도 혼자서 서울에서 지내는 것에 정신적으로 지쳐있었다. 


흔히 말하는 불 꺼진 집에 혼자 들어가는 게 싫어서, 혹은 누가 퇴근하고 오면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끓여놓고 나를 반겨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건 남자가 하는 생각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는 30대 초반, 그런 불 꺼진 방에 들어가는 것에 외로움을 느끼던 때였다. 


사실은 결혼하고 나는 평생 단짝 친구를 얻은 듯 안정성을 얻었다. 초조하게 나이를 세던 것도 그만두었다. 내 나이가 몇인지 모르고 해외여행, 국내여행을 일 년에 2~3 차례 다니면서 놀았다. 


그렇게 남편과 신나게 5년을 놀았다.

그동안에 나는 2번의 이사와 2번의 이직이 있었다. 코로나로 해외로 가는 발이 묶였다. 그제야 나는 내 나이가 30대 후반이 되었고 40대를 앞두고 있음을 알았고, 아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다. 


항상 남편보다 나는 2년 먼저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마 내가 남편보다 2살이 많기 때문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주변 영향도 많이 받는 쪽이 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와 남편은 인생의 타이밍이 항상 조금씩 달랐다. 


내가 결혼할 때는 결혼을 하지 않은 친구들이 1~2명밖에 없었다. 내가 아이를 생각할 때는 아이가 없는 친구가 거의 없었다. 


내가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남편은 '딩크족'을 생각했다. 남편의 친구 중에는 아직 여자 친구가 없는 친구들도 있었고, 이제 막 결혼을 하기 시작한 친구들이 대다수였다. 


나와 남편은 인생의 타이밍이 항상 조금씩 달랐다. 

내가 결혼 얘기를 꺼내고 2년을 기다려서 결혼을 했지만, 남편은 결혼에 대해 결혼하기 직전에 생각했다. 

내가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꺼내고 2년이 지난 시점에서 나는 이미 지금 낳아도 노산이라는 '노산모'가 되어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노산 모의 위험성은 높아졌다. 그런데, 마음껏 놀 때 아이가 생기지 않은 것은 별개로 남편과 새로운 문제점이 생겼다. 바로 '아이의 필요성'

아이가 꼭 필요할까?


 TV 프로그램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난임으로 고민하는 연예인 부부가 고민상담을 나온 적이 있었다. 그 편에서도 역시나 오은영 박사가 "아이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서로 부부가 이야기를 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우리 부부는 그 질문에 더 먼저 도달했지만, 아직 적당한 답을 못 찾고 있을 때였다. 결혼하면 당연히 자연스럽게 생기는 게 아이인 줄 알았는데, 아이가 꼭 필요하지 않다는 왜 필요한가? 에 대한 답을 정확하게 나는 남편을 설득할 수 없었다. 


'자동차를 언제 사야 할까?'와 같은 질문과는 달랐다. 

차를 타기 시작한 사람들은 얼마나 자동차가 편리한지 알고 있다. 몸소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을 벌기 시작해도 누구나 다 차를 사는 것도 아니고, 부자 친구는 언제나 존재하고 일찍 차를 몰게 된 사람, 혹은 차의 운영비용이 부담스러워 잠깐씩 빌려 타는 공유 형태의 차량만을 타는 사람들도 있다. 때로는 연애를 하기 위해서 차를 사기도 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서 차를 사기도 하고. 그냥 사기도 한다. 


아이는 달랐다. '아이'는 부모가 세상으로 아이를 부른다. 일단 아이가 생기고 나면 돌아갈 수 없다. 

나는 왜 아이가 필요할까? 그냥 다른 사람들이 다 아이가 있으니 아이가 갖고 싶은 걸까? 아이가 주는 그 이상의 보람이 과연 나의 희생과 고생보다 크다고 진짜 말할 수 있을까? 아직 갖지 않은 이들에게 그리고 갖고 싶은 마음이 없는 이들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는 말이었다.


그렇게 남편과 싸움을 하며 설득 아닌 설득으로 남편이 스스로 도달한 답은 그냥 "본능"이었다. 


"그냥 본능적으로 아이가 갖고 싶을 수도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도달한 합의점에서 우리는 시험관에 들어갔다. 


나 스스로 나는 '좋은 엄마'가 될 자신이 있었다. 확신은 없었지만 나의 인생에 있어서 한단계 도약할 때라고 생각했다. 남편또한 내가 지켜봐온 결과 '좋은 아빠'가 될 자질이 보였다. 식물을 키우는 모습을 보고, 또 함께 반려동물을 키우는 모습을 보고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임신의 타이밍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의 타이밍은 오지 않았다. 인생은 내 마음대로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주어지지 않았다. 내가 제일 친하고 동지로 여기던 나의 베프가 나보다 늦게 결혼을 해 늦게 시험관을 시작했지만, 먼저 임신을 했다. 그녀의 임신 소식이 마치 나의 일처럼 기뻤고 축하했다. 


하지만, 그다음에 나는 더 이상 그전처럼 매일매일 통화하기 힘들었다. 그녀가 임신 후 겪는 그 힘듬의 고민이 나에게는 와닿지 않았다. 


내가 갖지 못하는 버거운 고민이었다. 

그녀는 주사 지옥을 지나 다음 스텝으로 넘어갔고, 나는 대학을 간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재수학원으로 돌아가던 19살로 돌아가버린 듯했다. 


나는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에 빠져버린 듯 혼자가 되었다.  

절대 넘을 수 없는 게임의 마의 구간에 걸린 듯, 계속 반복해서 해도 그 구간을 넘어갈 수 없었다. 


임신을 몰랐다가 화장실에서 아기를 낳았다는 TV프로그램 <고딩엄빠>의 사연을 보면서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내 인생에 있어서 한 번도 쉽게 가는 게 없어. 결혼도 그렇더니 아이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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