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춘기를 아시나요?

중2병보다 먼저 오는 '초등학교 사춘기'

by lalageulp

처음 초춘기를 겪었을 당시에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분명 이 아이의 반응과 모습은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들에게 해당하는 행동들인데 아직 초등학교도 가기 전인 7세에게서 반항적인 모습과 유아기를 벗어난 자아에 대한 확연한 의지가 드러났다. 말과 행동부터가 달라지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얘가 왜 이래?"라는 당혹감을 가졌다. 하지만 이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라며 부모 반성이 곁들여졌다. 그리고 나중에 되어서야 '아, 이건 사춘기가 맞는구나'하고 결론을 내렸다.


이름바 '초등학교 사춘기' 나는 이걸 '초춘기'라 불렀다.


다행히 첫째는 초춘기를 잘 겪어내고 나니 감정기복이 심했던 그 시기의 뾰족했던 아이는 다시 보들보들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그 쯤 둘째가 초등학교를 입하하기에 몇 달을 앞두고 첫째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아! 이건 초춘기다!'라는 걸 알게 되었다.


첫째는 딸이었기도 하고 여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필요한 건 기다림이었다.

순간의 짜증과 열 분, 이유를 알 수 없는 화남을 참고 기다려주었다. 그녀의 마음이 조금 진정이 되었을 때는 들어주고 안아 주면 이내 그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던 마음이 차분해졌다. 아마도 엄마의 사랑과 믿음이 전해 졌으리라 생각한다.

고백하자면 처음부터 그렇게 다정하게 대했던 건 아니었다. 처음의 반항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화를 내며 나무라기도 했고, 이유 없는 짜증을 부릴 때는 나 역시 같이 짜증을 부리기도 했다. 마음에 상처가 될 모진 말뿐만 아니라 소리도 질러봤고, 회초리를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방문을 닫고 들어간다던지, 엄마를 치켜올려 본다던지 점점 더 나쁜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녀의 모습은 내가 사랑하는 딸의 모습이 아닌 반항적인 사춘기 청소년의 모습과 흡사했다. '벌써 사춘기가 올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빠르게 버리고, 이 아이는 지금 '사춘기'다!라는 마음으로 대하기로 했다.


일단 분명하게 그녀를 존중해 주었다. 화가 날 수 있다는 것, 짜증이 날 수 있다는 것, 그녀의 고집 모든 것을 인정하고 기다린 후 진정된 상태에서 나의 생각들을 전하였다.

그녀에게 가장 필요로 했던 것은 스킨십이었기 때문에 더 많이 안아주며 기다려 주었다.

아이 눈빛과 말투는 점점 부드러워지기 시작했고, 그녀의 짜증과 화남의 횟수도 줄어들었다.

사춘기 때 흔히 겪는 여자 또래 친구관계에 있어서도 속상한 일들이 하루에 걸쳐 수시로 생겨 났지만 이 과정 안에서 우리는 대화로 잘 풀어 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첫 번째 초춘기를 잘 이겨냈다.


그래서 둘째 아이의 초춘기에서는 첫 번째와 달리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단, 육아는 모두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이의 기질에 따라 육아의 방식이 모두 같을 수 없듯이 첫째 아이의 초춘기와는 또 다른 둘째 아이의 초춘기의 아이를 어떻게 잘 보듬어야 되는지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졌다.


특히 남자아이의 마음을 엄마가 이해하는 건 쉽지 않았다.


둘째는 초춘기가 오기 전 너무 스윗한 아이였다. 말을 곧잘 해서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 괜찮냐는 말 등 다정한 말을 자주 해주었는데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언저리부터는 갑자기 아이의 말속에 불만과 부정적인 단어들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그리고 가시덩굴 같은 말과 함께 행동은 더 거칠어졌다.


'초춘기'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기 때문에 '강' 대 '강'으로 대하는 건 안 된다라는 걸 이미 겪어서 첫째 때처럼 기다려주고 들어주는 방법으로 다가가고 있지만 닫혀있는 아이의 마음은 두드려도 좀처럼 반응하지 않는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비밀도 많아지고, 인정욕도 강해지면서 다른 친구들과의 비교를 통한 자기비하하는 일도 많아졌는데 역시나 사춘기 청소년의 모습이었다. 아빠는 남자아이일수록 더 무섭게 해서 잘못된 점은 고쳐야 한다고 했지만 사춘기 때일수록 그런 방법이 더 엇나간다는 것을 여러 사례로 봐왔기 때문에 섣불리 아이를 나무라기만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지금도 하루하루 마음이 달라지는 이 아이의 '초춘기'는 어떻게 잘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또 다른 미션이 주어진 가운데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기다림의 연속이 시작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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