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다른 부부의 상생기

by 한정선

“진관사나 가볼까?” 남편의 말에 얼른 화구 가방을 챙겼다.

달라도 너무 다른, 무슨 일에서나 아예 반대인 부부가 드디어 상생의 길을 찾으려나.

불교 신자인 남편은 '좌선'을 하고 나는 '그림 선'을 하리라. 스스로의 야무진 생각에 흐뭇해하면서.

예전 수채화를 할 때 그림 소재로 쓰기 위해 북한산 근처 마을로 사진을 찍으러 다니던 기억에

마음이 살짝 설레기도 하였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여기가 거기? 마치 다른 곳에 온 듯

내 머릿속에 저장된 이미지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오래된 집들과 가게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땅에서 솟은 듯

하늘에서 내려온 듯 근사한 한옥마을이 들어서 있었다.











은평 한옥마을. 분명 한옥인데.. 낯설다.

넓고 깨끗하고 질서 정연한 이층 한옥의 모습이 마치 드라마 세트장 같다.

집들은 햇살 아래 반짝반짝 새 운동화처럼 빛나고 집들이 마주하고 있는 골목은

사람들 대신 차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퓨전 한옥? 양. 품. 한.? (양옥을 품은 한옥) 종로를 휩쓸고 다니는

국적 불명의 한복이 오버랩되는 것은 나의 과민반응일까?

광속보다 빠른 세상의 속도를 인지하지 못하고 10여 년 전의 흑백 사진을

들고 집을 찾는 꼴이 되었다.


남편은 오늘 절에 행사가 있어 시끄럽다며 조금 일찍 내려왔다.

그래도 한 장 그렸으니 일단 '상생' 시도는 성공했지만,

불청객처럼 끼어든 생각들은 미처 정리되지 못한 채 마음속을 떠다녔다.

한옥과 양옥, 전통과 현대. 유지와 보수.

그래.. 그것 또 한 상생의 일환 이리라.

오늘은 상생의 첫 발을 내딛는 날, 웬만하면 상생이다.

상생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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