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와 1박 2일

by 한정선


청주에 사는 동서는 늘그막에 주말 부부가 되어,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전생에 나라를 구한 사람만 받는다는 복(?)을 누리고 산다.

막상 형제는 소 닭 보듯 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어쩌다 만난 우리는

오래된 친구처럼 죽이 잘 맞는다.

그리하여, 봄, 가을 나다니기 좋은 계절이 오면 괜시리 안부를 물으며

어디론가 떠날 궁리를 한다. 만나기 위해서는 떠나야 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주로 작은 도시로 짧은 여행을 다녀오곤 했는데, 이번에는

“형님 그냥 청주 어때요?” 동서의 제안에 냉큼 오케이 했다.

어차피 여행이란 장소보다 ‘떠남’과 ‘만남’을 즐기는 것이니까.

게다가 차도, 기사도, 집도 통째로 빌렸으니 이런 횡재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우리는 먹고, 마시고, 그림을 그렸다.

커피가 고파 들어간 카페에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수채화 도구가 준비되어 있었고 우리는 또 ‘운명’ 운운하며 그림을 그렸다.

동서도 나를 만날 땐 그려야 하는 걸

체감한 듯(?) 생애 두어 번쯤 되는 스케치에 열중,

어반 스케치에 입문시키려는 내 의도에 슬슬 넘어올 낌새가 보인다.

세상의 시간과 다르게 흐르는 그림의 시간,다음 행선지는 말 그대로 다음으로.

하나를 얻었으니 하나는 포기해야지.

또 와야하는 꺼리를 만들어 둬야 한다는 야무진 핑계를 대면서.







아! 누군가가 나를 위해 지어주는 아침밥이

얼마만인지.‘형님 식사하세요~.’

동서의 목소리에 ‘밥 먹어라아~’ 잠시 엄마의 목소리가 겹친다.

다시 들을수 없는 그 소리.

식탁에 앉아 싱크대 앞에서 분주한 동서를 보니

기분이 묘하다. 저기는 내가 있어야 할 곳, 나는 남의 자리에 앉아있는 듯.

하지만 그 느낌 뒤 오랜만에 느껴보는 포근함.

‘어쩌다 동서’로 만나 ‘어쩔 수 없는 동지'

(시댁이라는 전쟁터)가 된 우리는 그 끈에

감사하며 깊어가는 가을 한때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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