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의 변신은 무죄

2박 3일 속초 스케치 여행

by 한정선

속초는 공기 좋고, 물 좋고, 바다도 있고, 산도 있고, 게다가 중앙고속도로의

개통과 ktx 역으로 일일생활권이 되면서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쯤은 가 본 적이 있는 도시다.

내 생애 첫 속초 방문은 여고 수학여행.(그 당시 부산에서 속초는 상당한

거리였다) 그 외에도 속초는 설악산, 골프장, 낙산사 방문 등, 여느 도시처럼 오며 가며

잠시 스쳐 가는 곳이었다.

서울을 뒤덮은 코로나의 음울한 공기로 숨 쉬기조차 힘든 나날이 계속되면서

불현듯 속초가 생각났다. 이미 여러 매체에서 새로워진 속초가 소개되기도 했지만,

익히 알려진 관광지보다 예전부터 점찍어두었던 오래된 마을에 잠시 머물고 싶었다.



지도를 보니 속초 여행은 크게 설악산 쪽과 바다 쪽으로 나뉜다.

어제, 오늘 해안 쪽으로 다니다 보니 이 두 다리를 아마 열 번은 넘나들었나 보다.

자꾸 보다 보니 정이 들었을까? 잠시 쉬러 들어간 바닷가 카페에서 결국

다리를 그렸다. (외양도 그 의미도 예쁜 다리는 언제나 그리고 싶은 소재 중 하나다.)

여행지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길이 눈에 익을 만하면 영락없이

내일은 집에 가는 날이다. 이제 좀 알 것 같은데..

속초 금강대교 속초 설악대교


해안가에 어김없이 늘어선 카페, 횟집, 숙박업소. 창들은 온통 바다를 향해있다.

사람들은 바다가 보고 싶어 여행을 떠나고 숙소도 바다 뷰만 찾는다는데,

내게 바다는 막막하고 난해하기만 하다.

가늠할 수 없는 무한대의 깊이와 넓이의 바다를 마주하면, 풀기 힘든

수학 문제를 앞에 둔 학생처럼 머릿속이 하얘진다.

그럴 때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나오는 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나의 바다 멍은 이 주문과 함께 끝난다.

다행히 바다가 생활의 터전인 아바이 마을, 갯배 마을에는 다리도 있고

배도 있고 사람들이 오가고, 분주하고 풍성한 바다는 막막할 틈이 없었다.

사람과 마을을 품은 바다는 오히려 푸근해 보였다.


속초 가면 꼭 가봐야지 하고 점찍어둔 상도문 마을.

우리나라 어디를 가나 한옥마을은 있다.

전주 한옥마을, 영주 무섬마을,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

상도문 마을은 한옥보다 돌담이 인상적이다.

오래전에 갔었던 군위 돌담마을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개량된 모습이다.

한복과 생활 한복의 차이정도? 아무래도 서울과 멀어질수록 옛 모습이 많이 남아있다. 닮은 듯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은 사람보다 개나 고양이를 더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이 한적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시원한 나무 그늘 작업실이 무료라는 것.

산, 들, 풀, 꽃, 하늘, 지붕, 전봇대, 오만 거 떼만 것이 그려 달라고 아우성이다.

이런 곳에서 일주일 만이라도 그림 멍에 빠져 봤으면.. 행복한 공상에 빠져본다.




여행 중 만난 속초의 어느 바다

지금 속초는 변신 중이다.

항구를 따라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이국적인 빌딩들과 아날로그적 감성을

보존하고 있는 구도심은 서로의 자리를 탐하지 않고 신, 구의 적절한 공존을 보여준다.

고개를 들지 않아도, 그냥 걷기만 해도 눈앞은 온통 하늘, 구름, 바다, 바람.

어제는 태풍이 청소하고 간 눈부신 하늘에, 오늘은 구름 속 언뜻 비치는

황홀한 석양에 마음을 뺏았겼다.

별것도 아닌 것, 매번 머리 위에 있던 것을 떠나야만 보이고 느끼는 것은

아마도 자유! 자유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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