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이야기] 중소기업 대표님들이 항상 바쁜 이유

'5인 리더십 체계' 구축하기

by LALAJUHYUN

총 15년 동안 HR담당자로 근무하면서, 그동안 함께 일했던 사기업 대표님들을 세어 보니 총 여덟 분이었다. 나의 '고용주'셨던 그 분들은 대부분 10~60인 정도 규모의 대표님이었고 한 분을 제외하고는 전부 창업주이기도 하셨다. 각각의 스타일은 정말 달랐지만 정말 특출나게 존경할 만한 부분은 각각 하나 이상은 가지고 계셨던 것 같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사업을 영위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대부분의 대표님들을 어느 정도 존경한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 보면 그 분들이 가진 공통점도 하나 있었다. 그들은 사실 속 깊은 이야기를 몇 시간 나누기에도 정말 다들 너무나도 바쁘셨는데, 하루를 바쁘고 알차게 살아가고 계신 느낌이라기 보다는 무언가에 계속 쫓기는 듯 정신없이 살아가셨다는 것.



이러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 (전통적인 경영학의 측면에서) 처음에는 그것이 위임의 문제라고 생각되어, 조직 내에 위임 전결 체계를 만들고, 임원과 팀장들에게 일부 권한을 위임해 드려서 역할과 책임이 분배되도록 조정을 했지만 잠깐 여유가 생기는 듯 보여도, 어느 샌가 다시 그들은 무언가에 쫓기듯 바쁜 일상을 살아가고 계셨다. 반면, 어떤 대표님들은 정말 한가하게 하루 종일 골프나 치고 다니시고 해외여행만 다니고 계신 분들도 많은데, 이게 단순히 고객 발굴이나 비즈니스의 수익성 문제라고 하기엔 이상하게 유독 나만 정신없이 바쁜 듯 하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


이 현상의 원인부터 말씀드려 보자면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 문제가 최고경영자와 중간관리자 간의 신뢰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신뢰라는 것은 연인이나 가족 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연인이나 가족끼리는 서로간의 사랑이나 혈연에 의한 정에 의해서도 어느 정도 유지가 가능하지만, 비즈니스 관계는 그렇지 않다. 경제적 이익 추구를 위해 모인 회사라는 조직은 일종의 '임시 조직'일 뿐, 사실 그 관계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남끼리 모인 만큼 신뢰를 쌓는 것은 배로 어렵다. 게다가 신뢰를 쌓는게 낯부끄러운 단어라고 생각해 '우리는 다들 프로야.'라고 자기 위로하며, 신뢰의 중요성을 외면해 버리는 경우도 상당히 많지 않은가.


서로의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표의 일을 누군가에게 위임할 경우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대표님들은 이제 그 권한을 위임받은 직원들이 그 일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관리ㆍ감독하느라 바빠지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만다. 그로 인한 불안한 감정은 그 위임받은 직원으로부터 '나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감시당하고 있는구나'라는 느낌으로 번지게 되어, 자율성 부여로 대표되는 업무 위임이 '심리적 안전감'이 아닌 '심리적 박탈감'으로 연결되는 어차구니 없는 역효과가 발생하는 것.


(비즈니스에서의 신뢰는 정말 중요한 주제이니 언젠가 따로 다루도록 하겠지만) 사실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다 안다. '내가 오늘 친구에게 분식을 사 주면, 내일 친구도 나에게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사주겠지.'부터가 신뢰의 시작이니까. 그렇지만 신뢰는 말처럼 쉽지 않고, 대부분 대표님들은 직원에 대한 신뢰는 커녕 아주 작은 믿음마저 사라져버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특히 잡플래닛의 후기와 근로감독관으로부터 출석요구를 받는 전화는 직원에 대한 대표님들의 신뢰를 박살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표님들에게 '일단 무작정 신뢰해라'라는 것이 경영자에게 그렇게 와닿지 않을 법한 것도 어떤 면에서 당연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중소기업의 대표님들은 좀 덜 바빠질 수 있는 걸까?


나는 이러한 고민을 갖고 계신 50인 이하 중소기업 대표님들께 '5인 리더십 체계를 먼저 구축하라.'고 제언을 드린다. 이 말은, 대표님께서 정말 믿을만한 다섯 명의 핵심 임원을 선발하여 그들과 강력한 신뢰 관계를 '먼저'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전사 조직을 관리하라는 의미이다. 조직마다 특성은 다르지만, 대부분 기획-생산-판매-운영-지원이라는 사이클에서 대부분의 업무가 돌아간다. 그 조직 기능마다 핵심 리더들을 배치해서 그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적절히 위임하고, 그들과 주로 소통하며 경영한다면 대표는 더이상 시간에 쫓기지 않고 보다 중요한 것에 신경 쓸 여력이 생기게 된다. 무엇보다도 작은 디테일에 매몰되지 않고 시장 외부 상황과 미래의 예측을 포함한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그 다섯명을 어떻게 채용할 것인가' 혹은 '내가 원하는 핵심인재와 어떻게 강력한 신뢰 관계를 구축할 것인가', '그 다섯명에게 어떻게 하면 올바른 리더십을 갖추도록 할 것인가' 등등의 과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내 경험상 신뢰 관계를 구축을 위해 애초부터 이해관계의 차이가 있는 근로자들과 어설픈 소통을 이어간다거나, 조직운영에 대한 기대를 포기한 채 '나는 대표니까' 혼자 발로 뛰는 것보다는 훨씬 쉽고 빠른 길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한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그 누구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 이는 직원 뿐만 아니라 고객도 마찬가지 아닐까? 경영이라는 것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내가 정말 믿을만한 사람들을 먼저 찾고, 그들과 함께 벽돌을 쌓아 나가, 웅장하고 견고한 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 정도로 여기신다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LALAJUHYUN(중소기업N잡러)

LALAJUHYUN.jpg?type=w773 부끄럽지만 나의 시그니처 이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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