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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 Sep 10. 2024

살고싶다

세 번째 감마나이프 1

지난번 감마나이프는 금방 끝났다.

마스크 씌우고 종양제거 10분.

감마나이프는 감마선과 나이프의 합성어로 국소마취 후 머리 관련 수술에 두루 쓰인다.

대체로 나처럼 적은 개수의 전이성종양과 양성종양, 혈관조영술에도 쓰인다.

감염이나 부작용이 적은 편이라고 한다.


지난번에는 종양이 하나여서 마취도 없이

마스크를 떠서 수술을 했다.

당연히 감염의 위험은 없었고

수술 후 부작용에 대비해서

스테로이드를 5일간 먹었다.


그 후 석 달, mri결과  양쪽 전두엽, 오른쪽 두정엽, 왼쪽 측두엽, 왼쪽 후두엽에 작은 전이성종양이 생겨났다. 약 5개 정도의 1~2mm 종양이 보인 것이다.

8년 전에 틀을 씌우고 감마를 한적 있었는데

그땐 일주일 전부터 아파선지 나사를 박고

틀을 고정한 때의 고통이 없었다.

기억을 잃었었다.

이번엔 한 시간 이상 걸릴 수도 있어서

8년 전처럼 틀고정 방식으로 한다고 했다.

혹시나 5개 이상 더 발견될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두려웠다.


수술 후 재수술까지 석 달의 간격이 있어야

급여로 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사이 발병하면 비급여로 진행하거나 암덩이를 키워 석 달 후에 해야 한다는 말이다. 암튼 6월 5일 후 석 달이

 지났으므로 급여 금액으로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종양내과에서 항암의 방향도 달라질 거라고..

더 센 주사를 맞을지

운 좋게 유전자변이가 나와

타그리소를 먹게 될지

임상을 하게 될지


각종 문예지에 글을 더 내고

동네 친구들과 글 모임도 하고 싶고

그림도 다시 찍고 싶고

사진 실력도 우고 싶고

남편이 사준 멋진 옷을 입고 가방도 들고 싶고

스위스와 스웨덴도 가고 싶다.


감마 날짜를 받기 위해 대기실에 앉아있는데

눈물이 주르륵..

남편이 손을 꼭 잡아주었다.

미안하다, 미안해.

이제야 사는 것 같은데 너에게 짐을 또 지우는구나.

또 너를 혼자 두어야 하는구나.


다들 그렇게 떠나가던데

다발성 뇌전이

감마나이프를 지나 전뇌방사선과 개두술

그리고 연수막전이

치료불가

폐암이 아니라

뇌 때문에

하늘, 벌, 시드, 둥치님도..


그래서 줄곧 슬펐다.

나는 좀 다르다고 

나는 운이 좋다고.. 믿어왔는데..

레후아꽃이라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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