젬자, 나벨빈
수요일 오전 11시 30분, 입원실 미배정 톡, 오늘도 안되는구나 싶었는데 오후 3시 30분에 연락이 왔다. 저녁에 4인실이 날 것 같은데 오겠냐고, 그러겠노라 했다. 창가 자리, 널찍한 입원실.
아침부터 목과 가슴 CT를 찍었다. 목 CT는 처음인데, 흉부만 찍을 때는 ‘숨 참으세요. 숨 쉬세요.'라고 하는데 목을 찍을 때는 '침 삼키지 마세요.'라고 했다. 한 달 전쯤부터 만져진 멍울 때문에 교수님께 요청해서 찍은 거였다. 염증이면 쉽게 없어질 테지만 촉진만으로 전이일 거라 판단하셨다. 그런다고 해도 조직 검사는 하지 않겠다고, 이미 여러 차례 조직 검사를 했고, 그때마다 마땅한 유전자 변이가 없었으니 의미가 없을 거라 하셨다. (결과는 전이)
점심 즈음 호흡기내과 시술실에서 흉수를 뺐다. 지난 두 차례처럼 많이 찬 건 아니지만 입원한 김에 빼기로 했다. 배액관을 달고 일상생활을 하기엔 부담스럽다 말씀드렸더니 입원한 김에 흉수를 빼자 하셨다. 그리고 새로 들어가는 항암이 효과가 있다면 더 이상 차지 않을 거니까 그러기로 했다. 두 번의 응급실에서는 마취 없이 주삿바늘을 꽂아서 많이 아팠다. 특히 두 번째에는 사흘 동안 등과 양쪽 어깨까지 통증이 심했다. 이번에는 마취 주사를 먼저 맞아서 아프지 않았다. 편하게 발밑에는 상자를 대주었고, 안고 있을 베개도 주었다. 시술실이 너무 추웠는데 따뜻한 모포도 덮어주었다. 주삿바늘을 꽂느라 옷을 걷으며 '살 좀 찌셔야지, 너무 마르셨어요.' 하는 간호사의 말이 따뜻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새로운 항암, 젬자와 나벨빈. 타세바 5년 이후 알림타와 카보플라틴이라는 항암주사를 맞은 적이 있었고 약 1년 만에 새로운 독성 항암인 젬자, 나벨빈이었다. 알림타, 카보는 처음 2-3일 동안 오심과 구역, 식욕부진, 무기력 등이 주 부작용이었고 5주 후부터 알림타 단독으로 맞았을 때는 거의 부작용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했다. 젬자, 나벨빈은 혈관통과 호중구 수치 저하가 주 부작용이고, 주사를 맞는 동안 주사액이 흘러내려 피부에 닿아 피부가 상처가 날 수 있어 위험하다고 했다. 항암 주사를 오래 맞는 환자는 혈관이 약해져서 케모포트를 심어 주사를 하는데 나는 스텐트를 했기 때문에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주사 전문 간호사가 한 번에 오른쪽 발 혈관을 잡아 젬자를 맞았지만 주사 끝 무렵 참을 수 없는 통증 때문에 발을 바꿔야 했다. 젬자를 맞는 동안 아프지 않냐, 조금이라도 아프면 바로 말해달라 간호사가 열 번도 넘게 말했을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결국 참을 수 없는 통증에 간호사를 호출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왼쪽 발로 바꾸어 나벨빈을 맞고 항암을 마무리했다.
문제가 없으면 다음 날 퇴원을 하자 했지만 저녁에 퇴원을 하기로 했다. 잠이라도 잘 자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와 자고 또 잤다. 생각보다 혈관통이 더 심했다. 왼쪽 발에서 무릎으로 통증이 옮겨가 걸을 수가 없었다. 3일째에는 허벅지까지 아팠지만 통증의 강도는 줄었고 4일째에 혈관통은 거의 사라졌다. 항암 다음 날 오심이 생겼고, 식후에는 구토를 했다. 하루 종일 잤고 식욕이 사라졌다. 4일째 밤 팔 안쪽이 간지러워 봤더니 북두육성이 생겼다. 두드러기가 빨갛게 돋아나 병원에서 처방받은 항알레르기 약을 먹고 로션을 발랐더니 다음 날 많이 좋아졌다. 부작용은 다양하게 나타났지만 탈모는 없었고, 카보 알림타 때보다 심하지 않았다. 3일째에도 비슷했고 4일째에는 식욕이 왕성해져서 그 어떤 때보다 많이 먹었다.
젬자와 나벨빈은 1주 후에 한 번 더 맞고 한 주 쉬고 맞고 1주 후 맞고 한 주 쉬고 맞고, 그렇게 진행된다. 한주 단위로 두 번을 맞는 게 한 사이클인 것이다. 효과가 있다면 목에 생긴 혹도, 흉수도 사라질 것이다. 젬자와 나벨빈이 그렇게 해줄 거라 믿는다.
늘 아프다, 아프다 쓴다. 읽어주시는 분들이 아픔에 질리실까 봐 걱정된다. 실은 지금 이 순간 아주 살만하다. 이 정도의 부작용이라면 항암은 얼마든지 할만하다. 다시 일상 속으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이 작은 부작용은 가뿐히 극복할 수 있다. 장마철이다.
혈관통, 식욕저하, 오심, 구토, 두드러기, 그래도 심하진 않다.
*세포독성항암=표준항암(표준치료)=일반적으로 항암주사를 말한다. 주로 드라마에서 항암치료를 한 후 탈모가 진행되는 장면에 많이 나온다. '암'만 공격할 뿐 아니라 호중구 수치를 떨어뜨려 면역력도 약해지고, 혈관통, 오심, 구토, 식욕 부진, 체중 감소, 구내염 등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한다.
*표적치료 : 수술이 불가능한 4기 환자에서 주로 쓴다. (요즘은 수술 후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에게 보조항암으로 쓰기도 한다.) 누구나 가능한 것은 아니고 조직검사에서 유전자 변이가 나오면 그 변이에 맞게 개발된 약을 쓸 수 있다. '이레사와 타세바, 타그리소와 렉라자'와 같은 약은 '표적'인 '암'을 공격해서 치료를 하므로 표준치료에 비해 부작용이 덜하기는 하지만 부작용이 있다. 대표적으로 설사, 피부 발진, 손발톱 염증이나 약화. 그래도 호중구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완치는 불가능하고 재발, 전이 없이 5년이 경과하면 '관해' 판정을 받을 수 있다. 나는 5년 직전 흉수가 찼다.(전이 판정)
-이 부분은 비소세포폐암 4기 환자의 입장에서 배우고 경험한 내용입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