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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첫 번째 마무리

젬자+나벨빈 1차가 끝났다.

by 영원

6.26. 목요일

젬자+나벨빈 조합은 첫 주 맞고, 일주일 후 한 번 더 맞는 게 한 사이클이다. 2주일 후 다시 반복된다. 그래서 목요일 첫 한 사이클에 남은 항암을 하러 병원에 갔으나 백혈구, 호중구 수치가 뚝 떨어져 항암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카보+알림타 때도 한 번, 그런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첫 회 만에 떨어진 것이다. 배에 호중구 수치를 올리는 주사를 맞고 돌아왔다. 항암은 월요일로 미뤄졌다.


눈가에 다래끼 같은 것도 나서 처방받은 안연고를 받아 들고 돌아왔다. 전반적으로 부작용이 심한 편은 아닌데 거의 모든 부작용이 생겼다. 그래도 컨디션이 나쁘진 않아 다행이다. 회 같은 날 것을 조심하고, 사람 많은 곳을 피해, 늘 그렇듯 집콕을 해야 한다. 그래서 며칠을 집에만 있었더니 걷는 게 쉽지가 않았다. 계단을 내려갈 때면 운동을 한 다음 날처럼 다리가 후덜거렸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데 면역력이 떨어져서 밖에 나가기도 두렵다. 사실 더위가 더 무섭긴 하지만.


6.27.금요일

배에 맞은 주사 때문인지 밤새 가슴, 등 등 흉곽 쪽이 아팠다. 몸살이라기보다 뼈를 콕콕 찌르는 느낌으로 아파서 진통제를 몇 시간 간격으로 먹었다. 오후가 되자 통증이 멈췄다.

표적치료제를 복용할 때보다 식욕이 좋아졌다. 배가 고파 밤 10시에 배달을 시켜 먹었고 갈비며 삼겹살을 배부르게 먹었다. 오랜만의 과식으로 배도 아팠지만 식욕이 생겼다는 게 기쁘다.


6.30.월요일

주말 동안 만족할 만한 수치는 아니지만 호중구 수치가 꽤 올라서 오늘은 항암을 했다. 마침내, 첫 텀이 끝났다. 혈관통이 심해서 걷기가 힘들다고 읍소하여 오늘은 팔에 주사를 맞을 수 있게 되었다. 다리보다 혈관도 잘 잡히고 통증도 덜했다.


지난 금요일 밤에는 발바닥이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생겼다. 아주 아프진 않은데 찌릿한 느낌이 1분, 30초, 10초 간격으로 느껴졌다. 말초신경병증이랬다. 발에 파스도 바르고 마사지도 해봤지만 멈추지 않는 통증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급한 대로 있는 약을 먹고 새벽 4시경에서야 잠들었다. 오늘 말초신경병증 약인 '리리카'를 처방받았다. 항암 부작용이 미약하나마 전부 나타났다. 가지가지..


장난 삼아(진짜 장난이었다. 하도 '시한부'라는 단어가 듣기 싫어서 장난으로 물어보았다.) 이런 경우 챗 gpt한테 여명이 얼마나 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지금은 '얼마나 남았냐'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라고 답해주었다. 놀랐고 반성했다. 때론 아니, 종종 사람이 더 어리석다.

그렇지,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중요하다.



젬자+나벨빈 조합의 부작용은 백혈구 수치 저하(면역력 떨어짐), 혈관통, 오심, 구토, 무기력, 두드러기, 알레르기 염증, 구내염, 말초신경병증


첫 발병 후 수술, 뇌전이 수술 후 타쎄바 복용 5년, 카보플라틴+알림타 항암 1년, 표적치료제 6개월 복용, 그리고 젬자+나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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