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나다가 낳은 마음들

by 유도란의 새벽다락


아무리 애써봐도 몇 번을 연습해도 겨울은 도통 적응이 안 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몸이 시리고 힘겹다. 한 곂 한 곂 책의 페이지들을 켜켜이 이불처럼 덮는다. 그 안에 내 몸뚱이를 어떻게든 쑤셔 넣고 웅크린다.


“나 좀 살려줘요. 나 좀 안아줘요.”


들리지 않게 소리를 친다. 조금만 몸을 들썩여도 이불이 풀썩이며 내 몸에서 벗겨져버리는 탓에, 한동안 숨을 참듯 가만히 있어도 본다. 그렇게, 내 안의 고민들을 고요히 살펴본다. 바라본다. 알아채고 정리해본다. 그래, 한결 낫군.


“왜 책을 읽어? 왜 글을 써?”

“살기 위해서.”


언젠가 누군가 물어오면 이렇게 대답해야지, 여유로운 다짐도 해본다.


수많은 고통을 받아들이고

그것으로 배우고 성장하며 살아왔구나.

앞으로 이런저런 상황이 생겨도

내공 있게 현명하게 잘 헤쳐나가겠다 싶어.


오랜만에 공부를 시작했다. 이렇게 간절한 공부 참 오랜만이네. 아프지 않은 채로 공부를 할 수 있는 축복이 내 삶에 왔다. 직장에 다니며 공부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꽤 재미있어. 그토록 바라던, 제2의 삶의 기회를 얻은 거니까. <더 글로리>의 동은이를 떠올리며 힘을 내본다. 동은이는 공장에서 일을 하며, 고졸 검정고시 합격, 교대 입시 성공을 이뤄냈지. 나도 새로이 품은 꿈의 직업을 향해 이렇게 반짝반짝 살아내고 있어.


블러셔(볼터치 제품)를 좋아해서 나에게 맞는 예쁜 제품을 찾기 위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여러 가지를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몇 개를 골라 구매한다. 직접 발라보면 아아- 이건 아니네, 싶은 것들이 많다. 그러다가 결국 마음에 쏙 드는 블러셔 1-2개를 찾아내고야 만다.


카페도 마찬가지. 인스타그램에서 추천해준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광고일 때도 있고, 막상 가보니 실망스럽고 내 취향이 아닌 경우도 있다. 직접 돌아다니다 마음이 끌려 살며시 들어간 분위기 좋은 카페, 마셔보니 맛도 좋은. 보통 이런 곳들이 오래오래 단골카페로 나에게 남더라. (너무너무 가보고 싶은데 아직 못 가본 카페, 공간들도 언젠간 꼭 가보리라 다짐한다!)


이 세상은 직접 부딪혀보는 것이구나, 다시 느낀다.

자주 다치고 자주 울던 시절이, 오래된 신발처럼 신발장 한켠에 잠들어있다.


이제 다시 나가볼까.


“나는 이제 키도 자라고 발도 커서 어차피 너를 신을 수 없어. 나의 발도 더 이상 말랑하고 연약하지 않아. 신발을 잃어버렸던 시절엔 맨발로 온갖 동네를 뛰어다녔으니까. 하지만 덕분에, 지금은 좋은 곳에 와 있어. 더 좋은 곳을 향해 예쁜 새 신발을 신고 또 달려가볼게. 힘들면 철푸덕 앉아서 쉬고, 사랑하는 노래를 부르며 천천히 걸어갈 거야. 때로는 춤을 출거야. 힘차게 부딪힐 거야.”


박연준 작가님의 책 <고요한 포옹>의 한 부분을 적어두며, 오늘을 또 살아내러 가자.


바둑에선 스승이 내제자를 들여 함께 생활해도 바둑의 수를 일일이 가르쳐주는 일은 드물다고 한다. 고작 한 해에 한두 번의 대국으로 가르침을 베풀 뿐이다. 내제자로 들어간 자는 스승의 어깨 너머에서 스스로 배우고 깨우쳐야 한다. 어른의 공부 역시 그런 게 아닐까. 세상의 내제자가 되어, 넘어지고 일어서고 깨치며 스스로 정진하기. 그러니 세상을 향해 답을 구하지 말아야 한다. 오직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쉽게 답을 찾고 싶지 않다. 세상에 숙련되고 싶지 않다. 단련할 수 있을 뿐. 더듬더듬 쓰고 천천히 생각해보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라진대도 살아진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