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한장 사진으로 책한권 만들기 시작

by 모라의 보험세계

나를 많이 재단하지 않은 내용으로 책을 만들고 싶었다. 보는 사람도 최대한 많은 것을 느끼거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을 위한 최상의 접점을 과연 내가 찾을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잘 모르기 때문에, 무엇이든 배우고 실행하는 모든 것으로 나의 결을 잘 다듬어 놓기로 했다.



스토리지북앤필름이라는 독립출판서적을 판매하는 책방이자 사진과 글쓰기 등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곳이 있다. 내 추억의 동네인 해방촌에^^



하루 한장의 사진을 매일 올리고, 모임 마지막에는 사진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도 준다. 휴대폰을 들고 있는 내내 사진을 찍는 나로써는 너무나 땡큐한 모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첫 시작 주 기록~



1. 밤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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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9. 5. 월요일



낮에 아름다웠던 초록빛은 밤에 검은색으로 변한다. 가로등과 자동차들의 불빛이 있어서 더 검고 무거운 밤공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2. 활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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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9. 6. 화요일



집을 나서자마자 머리 위로 우아앙 소리와 함께 아파트가 윙윙 울렸다. 비행기가 806동 활주로에서 출발한 것 같이 가까이 보였다. 비행기를 쫓아다니며 사진찍는 어린이가 된 즐거움을 느낀 첫 날.



3. 브라이트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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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9. 7. 수요일


늘 걷는 출근길에 나는 늘 두리번 거리며 주위를 둘러본다. 길가에 핀 작은 꽃이나 틈 사이에 살아남은 풀들을 본다. 눈에 계속 밟히는 애가 있으면 사진을 찍기도 한다. 오늘 내 눈에 들어온 친구는 예쁜 하트이지만 정작 이 노란 친구는 맥이 빠져 힘을 잃어가는 거겠지.


나만은 너를 알아줄께, 영원의 도구로 찰칵. 누군가의 이름같은 브라이트니스로 보정을 하니 노란 주인공은 더더욱 부각된다. 사진 보정에 있어서 '밝기' 와 '휘도' 의 차이는 무엇일까. 둘 다 영어로는 브라이트니스인데 보정 탭에는 둘이 각기 다른 역할을 하는 듯 분리되어 있다. 어둡고 밝음의 가지수도 여러가지인가보다.


밝기나 휘도나 무엇이든간에 보정을 하면 사람도 사랑도 사물도 다 예뻐진다.



4. 증명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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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9. 8. 목요일


비가 무지하게 많이 온 날이 있었다. 축축하게 젖은 시멘트 벽과 아스팔트 길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홀로 꼿꼿하게 서 있는 친구가 있었다. 오뚝하게 서 있는 자태가 힘이 있어서 증명사진을 찍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시간이 없어 지나쳤었다.


며칠 뒤 다시 만난 그 친구는 여전히 하늘을 향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밝기 보정을 하니 별이 막 쏟아져 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남편에게 보여주니 "빗방울이 내리다가 튀어 오르는 것 같아." 라는 역동적인 말을 했다. 나는 별, 너는 비. 사진은 꼼짝않코 나를 보는 풀 한포기인데 우리는 마구 튀어오르고 내려앉는 것들을 연상한다. 나만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멋져! 너 풀 너 말여!

5. 나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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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9. 9. 금요일


나란히 서서 365일 꼼짝도 하지 않고 나와 마주보는 아파트들. 가끔 군인이나 병정같다는 생각을 한다.


"저기 10층 사는 사람이 또 우리 쳐다본다. 일하는 척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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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사진을 찍고 그 안에서 나만의 재미를 찾자니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 45일 기한을 모두 채우고 책으로 만들면 어떤 느낌일지 벌써 기대된다^^

스케쥴과 다이어리를 정리하며 TV를 보는데 딸의 암 진단 소식에 오열하는 아버지의 애타는 눈물로 드라마가 끝났다. 다음 주가 클라이맥스일까.. 범죄나 스릴러 드라마 말고는 대부분의 드라마에 암 진단과 투병, 세상을 떠나는 이야기는 빠지는 적이 없는 듯... 오늘 상담한 분도 암 가족력으로 암보험이 가장 중요한 분이셨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보험설계사 업무 하기를 잘 했고, 미리 준비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건강에 대해 먼저 신경쓸 수 있어서 감사하다..


나도 모르게 옛날 습관이 나와서 다이어리 귀퉁이에 손이 슥슥. 이제 자전거타러 가야지. 땀흘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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