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코로나19)
화요일부터 남편은 자가격리중이다.
책과 짐이 많아 먼지가 가득한 작은 방에 갇혀
24시간 내내 책먼지를 마시거나,
창문을 열면 미세먼지를 마시게 되는 악순환을 며칠 째 견디고 있다.
눈 딱 감고 나만을 위해 출근을 했어도 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잔기침 소리와 함께 움직이지 못하고 답답함에 끙끙대는 남편의 소리를 들으니
먹는 거라도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것만 주고 싶었다.
마켓컬리를 이용하여 신선야채와 닭가슴살 소세지, 유기농 빵 등을 시킨 후
매 끼니마다 야채와 단백질이 꼭 포함되도록 노력하여 급식을 넣어주고 있다.
오렌지와 같은 비타민 과일도 필수! (지금은 참외타임!)
이렇게 며칠을 살다보니 처음에는 나의 모든 24시간이 기억조차 필요없는 삼시세끼로 흘려 보내지는 것 같아 심난했었다.
하지만 건강하게 먹고 조바심을 내려놓고, 스트레스를 줄이니 이것 또한 정말 소중한 하루가 되었다.
성공, 목표 등 계단의 마지막이 있고, 그 곳에는 더이상의 갈망이 없는 완성된 단계라고 착각하며 지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계단의 끝은 없다. 그냥 한 계단 한 계단 오를 때마다 내 발밑과 앞계단을 잘 보고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목표한 계단에 오르면, 또 다시 더 높은 계단을 바라보게 될 텐데, 계단을 한칸씩 오르는 게 즐겁거나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건 고난의 연속일 뿐이다.
내가 추구하는 건 행복감, 만족감이었는데, 잘못된 걸음걸이로 계단을 오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물론 허벅지의 고통, 근육 벌크업을 위해 파워워킹이 필요한 시점은 맞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음식과 정성 - 깨끗한 집과 건강한 포만감이 너무나 중요한 하나의 계단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다음 주부터 다시 출근이다. 물론 오늘 코로나 검사를 받고 내일 음성문자를 받고 말이다.
4월에만 무려 세 번째의 코로나 검사. 한번도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어떠냐고 물어본다.
첫 검사이후 두번째 검사를 며칠만에 받았던 나는, 콧속이 살짝 다친 것 같았다. 콧물이 나오고 콧속이 부었었다. 물론 비염인이기 때문에 그럴수밖에 없었을 테지만, 여튼 고통은 콧속에 들어온 면봉이 휘휘 회오리스텝으로 마치 뇌까지 가려고 하는 느낌을 받을 때 온다.
나와 남편의 일상을 묶어버린, 남편 회사의 확진자 소식과 그 분들의 현재 상황들을 전해 들으면서
코로나 음성이라는 문자도 감사하고, 자가격리로 끝나는 것도 감사하다. 마켓컬리는 나에게 지금 은인이다.
나와 남편의 건강 먹거리를 조금 비싼 가격이지만 집 앞까지 가져다 주셔서, 좋은 품질로 갖다 주셔서 감사할 따름..
출근하면 밀리고 밀린 업무들이 한 가득이지만, 지금같은 시기에 할 일이 있다는 것도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혹여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요지가 생길까, 남편 따라 같이 스스로 격리나 다름없는 나는 이번 달 업무를 거의 못했다. 그럼 다음 달 급여가 뚝 떨어진다. 보험설계사는 그런 직업이니까.
이런 나에게 힘내라고 먹거리 쿠폰을 뜬금없이 보내주는 상사에게도 감사하다. (오늘 점심으로 휘릭 먹었다. 남이 사주는 건 다 맛있다)
집에만 있고, 갇혀 있다보니, 집 밖에서 움직였던 모든 자유로운 활동들에 감사하게 된다.
실제로 어제 남편 회사에서 확진자 한 명이 추가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까페에 가서 글을 쓰려고 하던 나는 발길을 잠시 멈추었다.
자가격리 중 열이 오르락내리락 했었다는 그 분은 결국 격리 며칠만에 확진 판정을 받았던 것인데, 젊은 사람들은 무증상이 3명 중 1명꼴로 나온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밥먹듯이 체온을 재는 남편과 나는, 그냥 더더더 보수적인 활동으로 이 시기를 보내기로 하였다.
하루에 5개씩 추가하기로 한 스쿼트는 오늘 85개를 할 차례가 되었다. 아무 일 없던 땐 안하던 운동을 지금은 꼬박꼬박 한다. 야채를 먹고 운동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큰 성취감이 된다.
어마무시한 실적을 자랑하는 설계사도 있고,
좋은 집, 좋은 차, 비싼 레스토랑의 사진을 올리는 설계사도 있다.
나는 뷰가 너무나 좋아 찜꽁해두었던 아파트에 가는 것이 목표 계단의 끝이었는데 그것도 결국 엄청난 실적을 하거나 좋은 집을 가진 설계사분들의 SNS를 보며 같이 자랐을지도 모른다.
자가격리중인 남편을 근 일주일째 도와주며 느낀 건,
눈에 보이는 것이 왜 좋은지 그 본질을 파게 되었다는 점.
함께 지내는 가족과의 사랑, 깨끗하고 정리된 우리의 공간, 어디로든 갈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자유, 그 모든 것들이 다 내재되어 있을 거라 생각이 드는 SNS 사진들을 본 것이었다.
지금 남편은 계단 한 칸에서 앉아,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고 나는 다음 주에 남편을 두고 계단을 한칸 더 오를 예정이다.
여태까지 빨리빨리를 외치며 정신없이 올라가다가 번아웃으로 고꾸라지던 경험은 더이상 없기를 다짐하였다.
계단 청소도 하고, 내 신발의 흙도 털고, 신발끈도 예쁘게 묶을 것이며, 가끔 앉아서 아래 풍경도 내려다보고, 계단의 끝만 상상하며 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루하루, 한 계단 한 계단씩 나는 긍정적이고 건강한 걸음걸이로 올라야지!
“제가 아는 지인이 40대였는데, 자가격리 마지막 날 확진판정 받았거든요. 어머니도 걸리고요. 근데 어머니는 살고, 그 분은 돌아가셨어요.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몰라요. 건강관리 잘하시고 조심하세요 설계사님..”
친한 고객과 통화중에 들은 말이 하루에 한 번씩 되뇌여진다.
글로 쓰면 더없이 식상한, ‘소중한 하루’ 에 대해 진심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