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로 일하면서 다행인 것은 실적을 올리라며 나를 쪼아대는 상사가 없고, 공부를 하고 영업을 더 뛰라며 나를 들들볶는 관리자도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나를 쪼아대고 달달볶느라 결국 오늘은 사무실에서 새벽 1시를 넘겨버렸다.
사무실 밖 복도의 불이 다 꺼지고 나는 컴퓨터 모니터 빛에 노랗게 쪼그라들어가지만, 몇 달 만의 유튜브 영상을 찍고 편집하고 정리하여 업로딩을 완료한 것으로 내 등을 통통 두들겨준다.
저녁식사 후 거의 대여섯시간을 쏟아부은 것 같다. 금융소비자법 때문에 여러가지 첨부해야할 필수사항들이 있고, 나는 여러가지 영상 편집프로그램을 사용할 머리가 없어서 오로지 휴대폰 하나로 모든 것을 다 해결하려 노력했다. 여러겹으로 영상을 편집해야 할 절차가 늘어갈 수록 휴대폰 편집작업이 컴퓨터로 할 때보다 피로감은 배로 늘어나는 것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편집프로그램 좀 배워둘걸.. 나는 날것의 영상으로 시작하여 여태 날것으로만 이어와서 갑자기 정돈된 편집툴을 쓰기가 참 어렵다. 작년 겨울에 나에게 편집프로그램을 알려주겠노라고 연락주었던 다른 보험유튜버님이 이런 기분으로 보다못해 톡을 주었으리라 짐작이 간다. 그 땐 편집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고, 모르는 사람이 가르쳐 준다는 건 곧 나에게 회사를 옮기라며 유도할 확률이 클거란 생각에 웃으며 빠이 를 외쳤었더랬다. 이것도 후회. 뭘 배우고 얻은 후 생각할 걸 말이다.
야근 후 가장 힘든 곳은 눈이다. 한 살 한 살 많아질 수록 눈은 두 살 세 살씩 나이드는 것 같다. 안경과 렌즈를 모두 착용하지 않는 좋은 시력으로 살아온 나도 이젠 야근 후 눈이 제일 괴로워한다.
출근시간부터 계산하면 16시간째 사무실 시계를 보고 있다.
16시간동안 나는 많은 것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나를 다그치진 않을 거다.
16시간이나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후라이팬에 나를 지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니까.
[2] 계란후라이
갑자기 배가 고프다. 계란후라이 세 개와 당근주스를 마시고 싶다. 집에가는 길은 무서워서 혼자 못간다. 특히 이렇게 야심한 시간 새벽 2시에는 혼자 거리를 못 걷는 겁쟁이이다. (20대에는 새벽에 영화보러 갈 때 남자 워커를 신고 아빠 잠바를 입고는 남장을 하고 다녔다)
후라이판에 달라붙어 너덜너덜해진 계란후라이가 지금 내 모습과 많이 비슷하겠지.
광고에 나오듯이 탐스럽고 먹음직스럽게 계란을 부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같은 재료와 같은 시간을 써도 나처럼 모양도 없고 맛도 없어 보이게 하는 사람도 있다. 이 사무실 밖의 다른 이들과 나를,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결코 견주어보지는 말자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