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마을버스에 올라와 자리에 앉은 때부터
내려서 나와 같은 횡단보도를 건너 각자의 길로 찢어질 때까지
어노잉한 큰 목소리로 통화하는 여자가 있었다.
내 귀에 꽂힌 에어팟의 볼륨을 올려도
리듬의 중간 중간에 와서 박히는 망치소리는
사람의 소리라고 생각하려 노력해도
망치같은 충격음이 고막에 닿았다.
내가 이리도 말소리에 예민했던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왜 신경이 곤두서지?
고민하는 나를 내가 바라봐본다.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코로나 이후부터 더 소리에 민감해진 듯하다.
모든 사람들의 입이 마스크 속으로 들어가면서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도 데시벨이 작아졌지만
무엇보다도 까페나 거리, 공원 등에서
사람들의 목으로부터 바로 나오는 목소리들은 점점 적어졌다.
그래.. 코로나는 나에게 이런 영향도 주었구나.
말이든 재채기나 기침이든간에
입에서 나오는 소리들에는 항상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었으니까.
귀가 마스크의 두께와 역할에 익숙해졌구나..
외부의 소리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
그 소리만큼 강렬한 영상을 찾아보았으나
이내 포기하고 고개를 들어 햇살을 얼굴 정면으로 받았다.
내 마스크에서 올라오는 입김이 속눈썹에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을 달았다.
하나 둘 몇개인지 세면서 걸으니 금새 어노잉 우먼과는 멀어졌다.
몇호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문을 다 닫지 않고 조금 열어 두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하루에 최소 한번은 꼭
아주 크게 재채기를 한다. 정말 크게.
재채기 소리는 남다르다. 입술을 모으고 있는 힘껏 숨을 뱉는 소리를 낸다.
'앗츄우~' 하면서 뒤에 오는 '츄' 소리에는 침방울들의 향연이 느껴질 정도의 떨림음이 있다.
마스크를 쓴다면 그런 소리가 생생하게 들릴 수 없다.
고로 그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사무실 문을 조금 열어 놓는 사람이며,
재채기를 할 때 입을 가리지 않고
오히려 시원하게 바깥 세상을 향해 한껏 공기를 뱉어내는 사람이다.
'이렇게 내가 매일 침방울을 날려도 여긴 코로나 한번 걸린 적 없잖아? 나 자신있다구!'
이런 말이라도 하는 듯이
'앗츄~'
'에이취~'
하는 것이 정말로... 어노잉하다.
그 남자의 침방울이 내 사무실, 내 얼굴까진 도달하지 못했지만
내 귀에는 여러번 와서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갔다.
당장이라도 쫓아가고 싶은데.
층간 소음 문제를 실제로 겪고 윗층까지 올라가본 나로써는,
소음에 대해 트러블을 경험하고 나면
소리에 대해 더 예민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분이 너무 싫은 것이다.
큰 불편함이 아닐 수 있는데,
그것을 참고 있는 것이 점점 눈덩이처럼 커져서
엄청난 무게의 스트레스가 되는 것.
그게 굴러 떨어지면 산사태다. 폭발이나 다름없다.
그 전에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데
원인이 사라지게 할 수 없다면
어떤 것이라도 대안이 있긴 해야 한다.
조금 전 침을 튀기는 재채기 소리를 들으니
오늘 하루 어노잉했던 소리들을 꺼내 일기장에 나름 뱉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