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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May 01. 2023

우리 엄마는 할머니

만다꼬 이런 거 사오노~ 엄마는 필요 없다


어버이날이 며칠 앞두고 있긴 하지만, 오고 가며 보이던 카네이션 꽃바구니와 코사지를 하나 사들고 엄마 집에 갔다.


"만다꼬 이런 거 사오노~ 엄마는 이제 이런 거 필요 없다"


딸 손에 들린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보시곤 손사래를 치며,

한사코 코사지를 안 달겠다 하시더니, 카네이션 코사지를

내미는 손길에 어쩔 수 없다는 듯 그저 옷을 내 맡기시더니,

오히려 속옷까지 같이 짚혔다며, 손수 티셔츠 안의 내의를 구분해 주신다.


그리고 그 무표정 속에 묻어나는  미소를  나는 보.

내게는 아직 엄마인데, 이젠 어느 누가 봐도 여느 "동네 할머니"로 보이는 우리 엄마.


언제 이리되셨나 싶지만, 이미 내 머리에 자라고 있는 흰머리카락들의 수만큼의 세월이 쌓여 지나가고 있음을...


은행의  최고 "장"의 직함을 평생 달고 가셨던 남편 아내로, 사모님 소리를 들으며 남들 부럽지 않다 소리 들으며 살아오셨지만, 외벌이 살림 시어머니 모시며 우리 삼 남매 키운다고 평생 검소함이 몸에 베여 팔순이 넘으셨는데도

전히 백화점에서 옷 한 벌을 안 사 입으신다.

심지어 아직도 내가 학교 다닐 때 입었던 체크무늬 조끼를 "아직 멀쩡하고 참 따신 조끼다" 라며 겨울이면 집에서 그 조끼를  입고 계실 정도로 검소한 엄마다. 


엄마... 이제 엄마도 원 없이 좀 쓰고 누리다 가세요.

그 평생 알뜰살뜰 모으신 거 안 줘도 돼요.

이미 우리한테 충분히 줬잖아. 그만하면 됐어.

백화점에서도 옷도 좀 사 입으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드시고. 여행도 다니시고, 즐기면서 누리다 가셔도 이제 누구 하나 뭐라 하는 사람 없어요. 


카네이션 바구니를 두고 나오며 TV 소리를 키우소파에 누우시는 엄마를 보니 발걸음이 쉬이 안 떨어진다.


희끗한 머리의 우리 엄마. 누가 봐도  이젠 할머니.

그 할머니가 우리 엄마다.


엄마! 카네이션 가슴에 다시고, 주말에 언니네 가족이랑

맛있는 고기 먹으러 갑시다.

그날 하루만큼이라도 사치스럽고 넉넉히 보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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