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라류 Feb 15. 2023

투 머치 인포메이션 (T.M.I)

J의 휴대폰이 울린다. 진동과 벨을 동시에 울리게 설정을 해놔서,

매번 자리 비울 때 전화가 올 때면

진동과 벨소리가 동시에 울려 더 시끄럽고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자주 자리를 비울 거 같으면 폰을 들고 다니던지,

본인 딴에는 오래 비울 것 같지 않아 자리에 두고 간듯하지만

그 상대적인 자리 비움의 길어짐은 J본인 자신만 모르는 듯하다.


나른한 졸음이 몰려오는 오후다.

J의 폰은 오늘도 울린다.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폰에 뜨는  발신처에 " KMH"로 떠있었다. 누군지 대충 짐작이 가는 자주 보아 온 이름이다.

일부러 본건 아니었지만, 오픈된 책상 위 폰 거치대에 폰을 두고 다니니

고개를 오른쪽으로 조금만 돌리더라도, 선명한 화질의 화면에 이름 석자는 누구나 알아볼 만한 이미지다.


자리에 돌아온 J는 부재중 내역을 보고 바로 다시 전화를 건다.

사적인 통화는 나가서 해도 되련만,

방금 자리를 비웠다 돌아온 터라 J는 그냥 본인 자리에서 멋적게 통화를 한다.


사생활이라 모른 척, 묻지도 않는다.  

다만 수화기 너머 들리는 목소리가 울려 가끔 내 귀에 들릴 뿐이다.

그리고 주고받는 한마디 한마디로 서로의 대화 내용을 대충은 가늠케 해 준다.


어제 술자리에서 먹은 안주 메뉴부터 전세 기간 만료가 다되어 이사를 해야 한다는 둥,

대출 이자가 높은데 어느 은행에서 상담받아야 된다는 둥, 이러쿵저러쿵.


개인의 사생활을 보장하는 개인 휴대폰.

그러나 본의 아니게 노출되는 전화 상대에 대한 정보,  통화내용, 가끔은 문자 메시지까지,

정말 요샛말로 T.M.I 그 자체다.


알고 싶지도 않고, 알려고 하지 않아도 알게 되고, 굳이 물어보고 싶지도 않은 이야기가

나도 모르게 내 머릿속에 기억되는 일이 허다한 듯하다.

이런 여러 경로의 사생활 노출의 홍수 속에 나 또한 그 한줄기 흐름에 타고 앉아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나의 사생활은 얼마나 노출되어 있을까.

나는 모르는 제 3자가 나에 대해 얼마큼 알고 있을까.

반대로 나만 아는 제 3자의 생활이 있는가.

범람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는 얼마나 버티고 서 있을까.


나의 휴대폰을 열어본다.

폰의 벨 소리도 진동인지 다시 보고, 각종 메시지의 알람도 무음으로 바꿔본다.

수화기 음량도 최대한 출여보고,  SNS의 잠금장치 비밀번호도 다시 한번 체크해 본다.


사생활 보호를 위한 또 다른 사생활 보호.

끝이 없는 홍수다.

투 머치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억의 오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