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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Apr 13. 2023

몇 가지의 액세서리를 착용하시나요

몇 가지의 액세서리를 착용하시나요


오늘 문득 거울을 본다.

목이 파인 V자 니트에 내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가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띈다.

목에도 반짝 귀에도 반짝.

나는 과연  몇 가지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있을까?!


출근하는 매일 아침  옷을 입고, 가방을 챙기고, 향긋한 향수도 칙칙 뿌려본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에 액세서리 함을 열어, 여기저기 온몸 걸칠 수 있는 "곳곳"에 금붙이 은붙이를 걸친다.


우선 가장 기본인 귀걸이를 선택한다.

그리고 귀걸이에 따라 맞춘 세트 목걸이. 세트가 아니라면 그날 옷의 느낌이나 귀걸이 모양에 따라 결정한다. (물론 목걸이는 안 할 때도 있다.)

그리고 왼손 검지엔 항상 묵주반지를, 나머지 양손 9개의 손가락엔  두어 개의 다른 종류의 반지들을 낀다. 손목에는  항상 빼지 않는 팔찌와 반대편 손목엔 묵주 팔찌를 착용한다.

그리고 화룡점정으로 멋들어진 까OO에 시계를 착 걸치며  마무리한다.


온몸이 좀 더 묵직해졌다. 찰랑 거리고 반짝 거린다.

밋밋했던 얼굴이 좀 더 환해 보이고 1.5% 더 예뻐 보이기도

 하다.

세월의 흔적이 나타나기 시작한 손 마저도 주름지고 쪼글 해지시작하니 반짝 거리는 반지와 팔찌의 도움으로 손을 한껏 더 이뻐 보이게 해야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금에 대한 애착은 별로 없었다.

귀금속은 가격도 부담스러웠고 결혼 예물 반지 정도나 있었을까...

예민한 성격도 못되어서, "부자병"이라고 흔히 말하는 금속 알레르기도 없는 지라, 나는 그저 몇만 원짜리 액세서리 귀걸이나 목걸이를 잘하고 다녔다.  

가격이 저렴하니 사고 싶을 때나 유행에 맞추어 가볍게 하고 다니곤 했다.

그렇게 많은 종류도 하지 않았고...


그런데 최근 얼마 전부터인지, 이왕 하는 거 좀 더 묵직하고 반짝거리는 걸 해보자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이 또한 나이 듦의 수순이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겠지 )

집에 있는 안 쓰고 있던 오래된 금붙이를 찾아 되팔면서 새로운 디자인으로 맞추기 시작하여 이젠 온몸에 "진짜 금"만 착용하고 있는 요즘이다.


지나가는 누구는 그런다.

"오~ 돈 좀 모았나 봐! 비싸 보이는데~!"


뭐지? 아주 시대착오적인 비아냥거림은?

누가 요즘 부의 상징을 귀금속으로 판단하는가.

(물론, 금부자는 있기 마련이다만)


금이 부의 상징인 시대는 지나갔다.

그저, 귀걸이 하나라도 안 하면 뭔가 허전하고,

내 몸 같이 착 달라붙어 있는 작은 귀금속은

나를 감추기 위함이며 반면 나를 드러낼 수 있는 도구로

끊임없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자의 본능적인 수단이라고나 할까.



반짝반짝

찰랑찰랑


지인들의 모임에서, 몇 주년 기념 커플 반지를 맞추자고 요즘 난리다.

여기저기 검색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다 내 것이 된 듯 설레고 기쁘다.

손가락이 10개이니, 아직 반지 낄 손가락이 많이 남아 있음이 얼마나 다행인가.

나를 더 빛내줄 금붙이 하나가 나의 액세서리 함 한구석에 이사 올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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