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일으켜 세운 것

by miu

나의 글 속에 많이도 회자되는 단어는 아마도 지난 1년.일 것이다. 다시 언급하자면, 지난 1년 정도의 시간 동안 내 자신이 할 수 있었던 건 크게 없었다. 단지 나의 내적 고통을 그저 묵묵히 감내하는 일, 그것뿐이었다.


이 모든 건 나의 기대가 너무도 컸던 탓인데, 이제는 그 모든 기대를 내려놓았기에 편해졌고 내 스스로를 과감히 내려놓는 용기를 냈기에 이렇게 다시 잘 살아가고 있다고 확신한다. 누구에게나 오는 성장통 같은 것일 수도 있었겠으나 생각보다 적지 않은 나이에 내게 찾아왔다는 것이 인정하기 어려웠고 싫었고 소스라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눈물을 삼킨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너무 늦게 알아버린 탓일까. 지금은 다행히도 그 상처에 새살이 돋아 잘 아물어가고 있는 과정이다. 사실 상처가 아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의도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 것도 있고 솔직히 말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삶을 살아야 하기에 지켜야 하기에 이를 악물고 견뎌내고 있는 과정이라는 말이 맞겠다.


나의 선택 혹은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로 삶을 물들이는 것만큼이나 날 비참하게, 고독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아무것도 아닌 시간과 선택과 경험이 어디 있으랴. 기회비용처럼 우리네 인생의 매 순간 어느 쪽이든 때로는 값비싼,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 또한 여실히 느끼게 됐다.


내 삶의 고비고비마다 내 손을 잡아 준 건, 날 일으켜 세운 건 그 누구도 아니었다. 책이었다. 대학에 입학하고나서부터는 책 읽는 즐거움에 살았고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많이 읽었다. 그런 내게 책이란 시간을 내어 읽는 것.이라 한다면 어색하기 그지없을 만큼 책은 내게 밥 먹는 것과 같은 하루 일과이자 일상이었고 내 친구였다. 지금도 내가 소유한 지식의 반 이상은 대학시절 얻은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만큼. 책과 함께 나도 성장했다는 생각이다.


이번 고비에도 함께였다. 내 옆을 떠나지 않고 날 위로하고 달래줬던 건 역시 책이었다. 특히 외로울 땐 하루종일 침대에 앉아 4-5권은 족히 읽었다. 만약 그때 책을 읽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내 곁에 책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책 속에 답이 있었고 통찰이 있었고 지혜가 있었고 삶이 있었고 인생이 있었고 사람이 있었다.


책 한 권의 마지막 페이지를 마저 읽고 책을 덮을 때마다 늘 들던 생각은, 책 네가 없었다면 어쩔 뻔했니. 날 살게 하는구나.였다.


내 마음과 기분에 이상기류를 감지할 때마다 도서관으로 달려간다. 책 10권을 몽땅 빌려와 바로 읽기 시작하는데, 책은 마치 내게 마법을 부리듯, 요술을 부리듯, 시공간을 초월한 세계로 안내한다. 그 순간만큼은 날 괴롭히던 모든 잡념은 사라지고 만다. 글쓴이의 한 문장 한 문장에 위로받고 고전 소설 속 주인공에 완전히 몰입해버리고 마는데 인물들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지혜를 얻는다.


책만큼은 날 아무런 대가 없이 조건 없이 알아주고 대해준다. 내 마음이 바닥일 때, 날 떠나지 않고 그때마다 내게 용기와 지혜를 주는, 삶을 살아나갈 힘을 주는 책이란, 내겐 생명의 은인이다. 책 속에 파묻혀 있는 기분도 곧잘 즐기는데, 자기 전 조명 하나만을 켜놓은 상태에서. 엎드린 채로 양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면서 이삼십 분 정도는 독서를 하다 잠드는 일.도 여전하다.


무너졌던 내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워 준 책에게 난 언제나 빚진 마음일만큼, 책은 날 살렸고 어제보다는 나은 나를 지금에 있게 했다. 책은 내게 많은 걸 말해주었다. 인생은 원래 험난 한 것. 누구나 각자 저마다의 고통 속에 견디며 버텨내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 인생의 고독은 당연한 것. 잘 견뎌내고 있다는 것. 수많은 인생의 지혜를 내게 하나도 빠짐없이 알려주고 갔다.


내가 사랑한 그 시절 니체의,

"상처에 의해 정신은 고양되고 새 힘은 솟아오른다."는 말에,


내가 사랑한 그 시절 고흐의,

"아무런 후회가 없다면 인생은 너무나 공허할 것이다."라는 말에 위로받는 이유다.


몇 년 전, 오베르 쉬오아즈로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갔었는데 그 여정의 종착지는 고흐의 무덤이었다.

화가이기 이전에 철학자와도 같았던 그의 삶 앞에 숙연했다.


유난히도 고전 철학자들을 흠모하는 나로서는 책은 내가 그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인생이란 어려울 것 없다. 태어났으면 살면 되고 살았으면 언젠가는 죽으면 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 그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며 책이 주는 세계에도 애교 가득 담아 고마움을 전한다.

책이 주는 세계는 한 개인의 삶을 지탱하고 살릴 만큼 결코 가볍지 않으며 그 경험은 환상적이라는 것!

책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고귀하며 겸손하며 설렘인 이유다.


이번 주엔 또 어느 시대, 어떤 세계가 날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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